“매년 50억원 적자였던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16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우리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노조와 한마디 대화없이 회사를 분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회사의 일방적인 분사 방침에 반발하며 지난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한 SBS미디어넷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의 스포츠채널 조합원 42명은 현재 매일 오전 SBS 본사 앞에서, 오후에는 SBS 윤세영 회장 집 앞과 SBS스포츠채널 사옥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회사를 정상화시켜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는 파업 50일을 훌쩍 넘어선 지금도 여전히 뜨거웠다.
SBS 스포츠채널 사태는 지난 9월 직원들에게 분사참여와 희망퇴직이라는 2개안을 제시하면서 촉발됐다. 회사측은 분사 회사에 5억원을 출자하고 이 가운데 85%를 종업원지주제 형식으로 나눠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나 노조측은 “사실상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회사가 경영합리화를 위해 분사를 택했으면서 기존 인원이 그대로 분사 회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것이다.
SBS스포츠채널이 송출 광고 영업권을 갖고, 분사 회사는 스포츠채널로부터 장비를 임대해 제작과 중계만 맡는 용역회사가 된다는 점에서도 조합원들의 반대는 컸다. 광고와 영업을 하지 않는 회사는 자체 생존이 힘들고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지난 3월 취임한 홍성완 사장은 그동안 단협 테이블에 한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사장이 ‘너희들이 잘 되도록 분사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SBS스포츠채널 사태는 노사간 대화가 중단된 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회사는 교섭권을 노무법인에 위임했으나 언론노조와 SBS미디어넷지부는 홍성완 사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등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사에 지원하지 않은 조합원 전원을 12월 3일자로 해고한다는 통보서가 지난 2일 조합원들 가정에 배달됐다.
“쉬운 싸움이 아니다. 짧은 싸움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일터로 돌아갈 때까지, 노조 탄압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SBS스포츠채널 조합원 42명은 12월 3일부로 전원 해고되면 SBS 본사 앞에서 24시간 노숙투쟁과 단식투쟁을 벌이기로결의했다.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도 전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