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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들기' 고질병 또 도지나

서정은 기자  2002.12.04 13: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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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쟁점-한나라당 구도 ‘꿰맞추기’ 기술적 편파



‘부패’와 ‘보혁구도’에 대한 일부 언론의 집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DJ정부 청산·부패정권 심판’ ‘보혁대결’ 등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대선 구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편향적 의제 설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달 24일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직후 25일자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각각 ‘보수 대 개혁 양강구도로 급변/유권자 이념성향 따라 결집 전망’ ‘“보수냐” “진보냐” 이·노 이념대결 벌일 듯’ ‘대선 2강구도로 재편/진보 대 보수 노선싸움 본격화할 듯’ 등으로 향후 전망 기사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사설에서도 “이·노 대결은 김대중 정권의 단절·교체를 주장하는 세력과 그 승계·연장을 표방하는 세력간의 경쟁…보수와 혁신, 즉 보·혁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이밖에 지난달 27일자 이회창 후보 TV토론 관련기사는 노무현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론’을 겨냥한 이 후보 발언을 인용, ‘부패정권서 새 정치 나올 수 있나’ 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나라당의 도청 의혹 문건 기사에서도 민주당 이강래 의원과 KBS 박권상 사장 통화 내용 가운데 ‘DJ정부 청산’ ‘보혁구도’와 궤를 같이 하는 ‘“노 PK서 반DJ정서 극복하면 승리”/“노 돌출언행 불안…중도로 돌려라”’를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대선후보 등록이 마무리된 28일자 1면 기사에 각각 ‘이 “부패정권 계승세력 심판”/노 “부패후보부터 청산해야”’ ‘이 “김대중 정권 5년 심판을”/노 “부패청산 말할 자격없어”’ 제목을 달았다. 후보간 주장을 균등하게 배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 한나라당이 설정한 ‘부패정권 심판’이라는 선거구도에 초점을 맞춘 ‘기술적 편파’라는 지적이다. 이날 다른 신문은 ‘“새정권 만들자”/“새정치 만들자”’(대한매일) ‘이 “부패정권 심판”/노 “낡은 정치 청산”’(국민) 등 두 후보가 내세우는 선거쟁점을 중립적으로 다뤘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여론조사- 昌 지지 떨어지자 ‘당선 가능성’ 부각



일부 언론이 여론조사 보도에서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 1위’를 부각시키는 편집으로 편파 시비를 낳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강조하는 편집은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대세론’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를 실시한대부분의 언론은 “지지도는 노 후보가 앞섰지만 당선 가능성은 이 후보가 여전히 높다”는 식으로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을 대등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과 동아는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편집으로 편파 시비를 낳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KBS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지지율을 제목으로, 당선 가능성을 부제로 싣고 기사 상단에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 그래프를 배치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제목으로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을 대등하게 뽑았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다음날(28일) 기사에서 ‘이-노 지지율 격차 줄어들어’라는 제목을 사용, 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는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부각시켰다가 다시 두 후보의 격차가 줄어든 것을 강조하는 등 편향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달 28일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왜 다른가’라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이 후보에 비해 노 후보 지지자들의 지지강도가 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 이회창 대세론 살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선미디어국민연대는 지난달 28일 “‘지지강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이 후보가 노 후보보다 지지도가 높은 것처럼 왜곡한 혐의가 짙다”며 ‘오늘의 나쁜 보도’로 선정하기도 했다.

중앙지 한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지지율과 당선가능성 순위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보조적 질문에 불과한 당선 가능성을 쌍두마차격으로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





폭로·의혹보도-‘도청’은 키우고 ‘22억’은 축소



정치권의 무차별 폭로를 비판하면서 이를 그대로 중계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언론은 여야 관련 폭로에 대한 보도량에도 극심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의혹 문건’과 관련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은 1면 머리기사와 관련기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들 세 신문은 한나라당 1차 폭로 이후 다른 신문들이 ‘국정원-한나라 도청 격돌’(국민) ‘폭로 비방전 심상찮다’(경향) ‘“도청자료 조속 규명”/정치권 소모적 공방/수사 촉구 한목소리’(한국) 등 지난달 30일자 1면에 도청 진위 여부, 폭로 정국에 대한 우려 등을 지적할 때도 “나도 도청당했다”는 박관용 국회의장 주장을 1면 머리기사로 처리했다.

지난 2일 세경진흥(주) 김선용 부회장이 폭로한 부천 범박동 재개발과 관련 ‘이회창 후보 22억 수수설’ 의혹 보도는 한나라당 폭로 때와는 달랐다. 조선, 동아일보를 비롯해 국민, 세계, 한국일보 등은 폭로 내용을 2~3단 기사로 다뤘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폭로에 대한 기사비중이 적었던 한겨레는 1면과 3면 관련기사로 주요하게 보도했으며 중앙일보와 대한매일도 관련기사를 별도 처리했다. 경향신문은 2단 남짓한 기사로 보도, 한나라당 폭로를 작게 처리한 보도 기조를 이었다. 이같은 양상은 폭로 주체에 따른 선택적 중계라는 문제와 함께, 언론 보도 또한 진상규명 없이 결국 공방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폭로가 사실일 경우 몰고 올 파장만큼이나 진위 여부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강기석 편집국장은 정치권 폭로와 관련 “검증하고 나서 보도하면 이미 늦고, 마땅히 검증할 방법도 없다”며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단순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화면·사진-이 후보 국가지도자 이미지 부각



뉴스 화면과 사진 보도에서도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각 후보의 배경 영상, 화면 구성 및 편집, 카메라 앵글, 후보 사진 배치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면서 특정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하거나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SBS는 지난 10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이회창 후보의 프로필을 소개할 때 타 후보와 달리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SBS 노조는 공방위 보고서를 통해 “다른 후보들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배경 영상이 없었던데 반해 이 후보의 경우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용해 당선자,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연상시켰다”고 문제 삼았다. SBS는 지난달 13일 8시뉴스에서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점검하면서 노 후보가 농민대회 연설 도중 계란을 맞은 장면을 클로즈 쇼트로 방영해 특정 후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고의적 편집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KBS도 지난달 27일 9시뉴스에서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거리유세 소식을 전하면서 이 후보 청중을 더 많이 비추고, 화면 앵글도 이 후보의 경우 위에서 좌우로 훑는 방식을 사용해 청중 수가 더많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미디어국민연대는 “KBS 기자의 정리 멘트도 이 후보는 청중들이 많이 보인 곳이, 노 후보는 몇몇 청중이 모인 장소가 배경이 돼 화면상 불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일부 신문의 경우도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는 불공정한 사진편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후보 단일화 직후인 지난달 26일 대부분의 신문이 ‘이-노 양강구도의 변수와 이슈’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으면서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사진을 대등하게 배치한 반면 동아일보는 ‘부패심판이냐 세대교체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후보측의 사진은 싣지 않고 이 후보의 대형 포스터 사진을 들고 있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사진만 게재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