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근 대선 관련 보도에 대해 지나친 과민 반응을 보여 출입 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조금만 불리한 보도가 나와도 “유감이다” “잘못 됐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기사 문장까지 간섭하는 등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의 영남지역 유세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언론보도에 유감이 많다. 당 지도부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각 신문들이 이회창 후보의 27일 울산·부산지역 정당연설회 현장 분위기를 “예전같지 않다”고 보도하자 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
한 신문사 출입기자는 “울산·부산 유세 때 청중을 1000∼2000명 사이로 추산하고 현장 분위기도 썰렁했다고 보도했는데 다음날 한나라당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한나라당 대변인실 당직자들은 기자단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청중 수를 너무 적게 쓴 게 아니냐’ ‘우리는 기자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데 기사를 그렇게 쓰면 유감이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 당직자는 동아일보를 지칭하며 “지금은 전쟁 시기나 다름없는데 기사를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떡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도 지난달 27일 울산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기자단 버스에 이례적으로 승차해 마이크를 잡고 “언론이 마치 우리를 보수인 듯 밀고 나가고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을 개혁정당 후보라고 하는 데 잘못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실 당직자들은 또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이런저런 주문을 하고 심지어 문장까지 지적하는 등 과도하게 간섭해 눈총을 사고 있다. 언론사로 직접 전화해 항의하는 경우도 빈번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문사 출입기자는 “애교섞인 주문으로 봐주기엔 도가 지나치다. 문장까지 지적할 땐 짜증이 난다”며 “서로 감정 상하지 않으려고 말을 안하고 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사 출입기자는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한나라당이 상당히 민감해졌다”며 “유리하면 가만히 있고 불리하다 싶으면 거의 협박 수준으로 회사에 전화를 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BS는 지난달 29일 아침종합뉴스‘정가산책’ 코너에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부터 훈계 아닌 훈계를 들은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선거운동 초반부터 이러니 앞으로 한나라당 등쌀 때문에 기사 한줄 맘 놓고 쓸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이심전심으로 터져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