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조선 이인제 탈당 97년과 딴판
‘청산대상’‘배신’ 비판서 ‘동정론’ 표변
‘한국민주주의의 타락’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을 등진 행위’ ‘배신’ ‘반칙’ ‘시급히 교체돼야 할 정치인’
지난 97년 9월 14일 이인제씨가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 탈당할 당시 동아 조선의 사설에 실린 글이다. 이 ‘서릿발’ 같던 비판은 5년 뒤 민주당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재연되자 ‘동정론’으로 돌변했다.
동아 조선은 지난 2일자 사설에서 이 의원의 두 번째 경선 불복과 탈당에 대해 ‘번민’ (조선) ‘이해’(동아) 등 정서적 공감을 표시하거나 “노무현의 민주당에 남아있기란 심히 힘들 것이라고 예감했다”(조선) “그의 비판과 지적에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동아) 며 은근히 민주당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과 동아는 97년 당시 이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을 “민주주의의 타락”(조선), “민주주의의 기본을 등진 행위”(동아) ‘배신과 위약’(동아) ‘반칙’(조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 격렬한 비판이 탈당 대상이 신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자 ‘동정론’으로 표변한 것이다.
이같은 두 신문의 180도 달라진 논조에 대해 “철새정치를 능가하는 철새논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번도 아닌 두 번째의 경선 불복과 탈당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훨씬 무거운데 논조는 ‘비판’에서 ‘동정’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2일자 사설 ‘이인제 정치의 씁쓸한 뒷맛’에서 “당의 결정에 두 번이나 불복하고 두 번이나 탈당한다는 것이 정치적 자해와 다름없다는 사실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번민이 더 컸을 것이고 탈당 결정도 주위의 예상보다 더 늦춰진 듯 하다”고 밝혀 이 의원의 탈당이 고뇌 끝의 결단인 것처럼 표현했다. 97년 이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에 대해 “한마디로 한국 민주주의의 타락을 의미한다”며 “정치는 규범이나 약속이 반드시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다라는 그의 논리는 방약무인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던 것에 비하면 같은 매체에서 비판한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조선은 “그는 정치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고 너무 업신여기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2일자 사설에서 “그가 이념과 성향이 판이한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한 지붕 아래서 숨쉬기 거북했을 것이라는점”을 ‘이해’한다고 밝힌 동아 역시 97년 당시에는 “당인으로서 정당에,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렸다”며 이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동아가 “그의 비판과 지적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며 민주당 내분을 겨냥한 듯한 것도 97년과는 전혀 딴판이다. 동아는 97년 “이씨가 끝내 약속을 어긴 것을 그 개인이나 신한국당 내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폈다. 오히려 “정당정치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행위” “시급히 교체돼야 할 정치인”등으로 비난했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97년 탈당과 보도차이는 조선과 동아가 추구하는 방향과 연관되어 생각해야 한다”면서 “조선과 동아는 여전히 이념대결 구도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