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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이념' 꿰맞추기

'공약평가'시리즈, 노 후보에 DJ 색깔입히기 논란

김상철 기자  2002.12.04 13: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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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분석인가, DJ정권과 차별화 정도 평가인가.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조선일보 ‘대통령후보 공약 평가’ 시리즈 첫회 ‘정책이념’ 보도가 분석잣대 등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정책이념 분석과 관련 조선일보 후보 평가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는 ‘현 정부방침이나 현 상태’를 중도(0)로 놓고 ‘극단적 진보’(-1) ‘극단적 보수’(1)로 좌표를 설정, 주요 정책 12개 쟁점에 대한 평점을 매겼다. 이 분석은 ‘현 정부방침이나 현 상태’를 중도로 상정하면서 진보와 보수 개념에 혼선을 빚었다. 재벌규제, 북한 핵, 건강보험재정 등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한 DJ정부 입장을 일률적으로 중도(0)로 상정함으로써 보수-진보에 대한 평가잣대에 문제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극단적 진보로 분류된 호주제 폐지는 지난달 26일 여성부가 발표한 제2차 여성정책 기본계획에 주요 골자로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었다.

평가내용과 관련 5면에 실린 관련기사는 ‘이회창 보수8·중도2·진보2/노무현 진보6·중도6/권영길 진보11’이라는 제목으로 정리됐다. 반면 그래프에서는 중도(0) 지점을 ‘DJ정부 입장’으로 표기해 노 후보가 가장 많은 6개 항목에 걸쳐 현 정부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후보는 ‘다소 보수’(0.5) 권 후보는 ‘극단적 진보’(-1)에 가장 많은 항목이 분포됐다.

한나라당이 ‘DJ정부 청산’을 대선의제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노 후보 입장을 DJ정부 입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편파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같은 내용의 그래프에는 DJ정부 입장이 아닌 ‘중도’(0)로 표기해 놨다.

이에 반해 1면에 실린 ‘대선후보 정책이념 좌표 평점’ 그래프는 DJ정부를 ‘0’으로 놓고 이 후보 0.25, 노 후보 -0.33, 권 후보 -0.83 등 각 후보의 평점을 배치했다. 평면적으로 볼 때 DJ정부와 가장 가까운 후보가 이 후보로 나온 셈이다.

양 좌표를 ‘극단적 진보’ ‘극단적 보수’로 규정한 부분도 논란을 낳고 있다. 중도에서 벗어나면서 ‘다소 진보’ ‘다소 보수’라고 규정한 데 반해 ‘극단적’이라는 표기는 단계적 표현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지점을 중도로 보느냐에 따라 진보-보수에 대한 평가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진보와 보수를 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 ‘극단적’이라는 평가 잣대를 들이댄 것은 유감스럽다. 그런 평가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후보 평가위 오연천 위원장은 “여러 분야를 총평하고 수치화하다보니 다소 한계나 어려움이 있었다”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중도’ 설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토론 끝에 ‘중도 중에 하나의 예시’로, 현 정부의 포지션 자체를 잣대로 삼았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극단적’ 이라는 규정과 관련 “좌표를 ‘-1, 0, 1’로 설정했기 때문에 수학적 개념에서 볼 때 가장 끝을 ‘극단적’이라고 표현했다. ‘전적으로 진보’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