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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의 '도청' 부풀리기

광고주협회 전화를 정부 압력처럼 편집

전관석 기자  2002.12.04 13: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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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최근 한나라당에서 폭로한 국정원 도청문건의 내용을 전하면서 마치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처럼 제목을 뽑아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를 비롯한 대다수 신문의 경우 도청문건 내용을 요약하면서 문답식의 제목을 뽑은데 반해 동아일보는 지난 29일자 3면에 “동아일보 정부비판기사 자제하라”는 문장을 단독제목으로 뽑았다. 기사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마치 정부나 국가관련기관에서 동아에 압력을 넣거나, 도청된 일부 인사들의 통화에서 그와 같은 얘기가 나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건내용 중 이같은 사실은 민병준 광고주협회장과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과의 통화내역이 전부여서 ‘과대포장’ 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민 회장은 김 사장에게 “동아일보가 정부에 대해 보복성 기사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동아의 편향적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으니 비판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사장은 이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과 통화했던 민 회장측도 동아의 편집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광고주협회 곽혁 홍보팀장은 “동아의 기사를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문건의 내용은 의례적인 전화통화에서 오간 얘기뿐”이라며 “광고주협회는 정부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광고주협회가 언론사에 압력을 넣는 위치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는 8일까지 일정으로 현재 미국에 가있는 민 회장은 귀국하는대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아 박명식 편집부장은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른 것 아니냐”면서 “국정원 도청 문건중 언론인 통화내용에서 자사 얘기가 나온 것은 민 회장과 김 사장의 통화가 유일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과대포장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