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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 부추기기 '아직도'

[대선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 지역언론보도

공정보도위  2002.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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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대세론 운운…정책대결 ‘나 몰라라’





대한민국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

새삼 헌법을 거론한 것은 다가오는 16대 대선에서 우리가 선출해야 할 대통령은 바로 ‘나라의 일꾼’을 뽑는 것이지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지난 11월 한달간의 주요 지역 일간신문들의 선거 보도를 살펴봤다.

지역신문들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보도의 형평성을 갖추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엿보였다. 그러나 ‘정책대결’보다는 ‘인물중심’ 위주의 보도와 함께 ‘텃밭’ ‘대세론’ ‘무주공산’ 등 지역정서를 앞세우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후보 정당간 정책이나 공약의 비교 검증보다 ‘판세분석’ ‘표심향배’ 등 후보들의 행보를 뒤쫓아가는 모습도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선거 국면이 ‘양강구도’로 압축되면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군소후보군’에 포함시켜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편의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영남권. 지난달 26일자 국제신문 5면 ‘주인없는 충청 태풍의 핵/자민련 자중지란·한나라 제동 걸려’는 제목 그대로 지역 출신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충청도를 ‘주인없는 땅’으로 표현했다. 이를 두고 한 시민단체는 “주인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책, 이념, 세대 등 다양한 선택 기준 중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지역’에 묶어두려는 보도태도라는 것이다. 11일자 부산일보는 각 후보의 지지도를 조사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이회창 대세론’을 논거하고 있으나 ‘후보단일화’에 대한 변수, 40%를 넘지 않는 지지도 등을 감안할 때 ‘대세론’ 운운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다.

28일자 부산일보 ‘유세 초반부터 혼탁’기사는 선거초반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고 심지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는 후보들의 네거티브 거리유세를 전하고 있는데 선정적인 말로 채워진 이런 기사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정가브리핑’처럼 축소 보도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대구 경북지역 역시 정책, 공약비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후보들 영남권 공들이기’ ‘대권향배 좌우, ‘몰표’ 재현될까’(매일) ‘주자들대구·수도권 공략 박차’ 기사 등 정책·공약 비교검증보다는 후보들의 일상 행보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유권자 운동을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호남권 보도방향도 앞서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지역’을 부각시키는 보도와 편집양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의원들의 ‘세 약화’를 우려한 전남일보의 16일자 ‘호남 정치권 입지 위축 우려/대선구도서 배제·분열양상까지’기사와 국민통합21 광주전남선대위 출범을 다룬 ‘호남인이 도우면 승리’기사는 다분히 지역색을 곁들인 제목뽑기였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전북지역 예산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한 전북일보의 4일자 ‘한나라당 전북표 포기했나’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담은 광주일보의 23일자 ‘노·정 여론조사 호남이 승부처’ 기사는 ‘호남 표심’을 부각시킨 적절치 못한 보도였다.

강원일보 28일자 대선 관련 시리즈 마지막회 ‘16대 대선과 강원도 표심’에서 뽑은 ‘강원도의 힘 보여주자’란 제목이나 같은 날 강원도민일보 ‘대선에서 강원도의 힘을’ 사설 역시 이번 대선을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지역신문들은 영호남 출신 후보가 각축전을 벌였던 15대 대선 때와는 달리 이번엔 차별화되고 개선된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망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과연 ‘단일화 호남민심 잡아라’ ‘대선 향방 강원 표심이 좌우’ ‘충청권 최대 격전지 부상’ 등의 접근이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현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와 관련한 후보 및 정당간의 정책 대결이 이루어지는 선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