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신문을 즐겨 읽는 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그때그때 신속하게 보여주는 것도 흥미 있고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이 엇갈리는 모양새를 곰곰 따져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한 스포츠면만 빼놓고는 모든 지면을 훑는데 특히 기획연재같은 깊은 사고를 자극하는 기사들은 꼼꼼히 정독하곤 한다.
그런데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이런 기사들을 읽을 때의 느낌이 상쾌하지가 않다. 기사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기사 끝에 붙어있는 협찬사의 이름이 팍 눈에 걸려들기 때문이다. 왜 독립적일수록 좋은 신문사들이 협찬을 받아야만 할까? 특히 우리나라 전체 신문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소위 빅3 신문의 경우 왜 협찬을 받아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상의 원류를 훑어보고 ○○미술의 뿌리를 찾아보는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신문사가 협찬의 대가로 협찬사에 주는 것이 단지 지면에 이름을 박아주는 것에 그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기사의 뒤에 무언가 꺼림칙한 게 숨어 있는 것 같아 영 기분이 찜찜하다.
80년대에 신문들을 펼쳐들면 독재정권의 손아귀에 잡혀 있어 행간의 저항에 그치긴 했지만 그래도 저항의 냄새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요즘 신문을 펼치면 자사 이익추구와 돈 냄새에 가려 공익을 위한 예리한 필봉이 느껴지지 않는다. 상쾌하지 않고 칙칙하다. 노골적으로 ‘머니’라는 이름의 지면도 생겨났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기를 조장하는 글들도 재테크라는 이름 아래 거리낌없이 등장한다. 우리사회 특유의 ‘대박경제’가 곧 불로소득 경제이며 경제 자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해악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공기로서의 노력은 별로 없고 오히려 초조한 독자들을 대박의 신기루로 유혹하면서 잘못된 분위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또 정보 제공이라는 미명 아래 광고인지 기사인지 분간이 안가는 글들이 단독 기사든 특집 형식이든 넘쳐나고 그 정보라는 것들도 대개는 돈 있는 사람들에게나 유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보졸레 누보가 어떻고 세계의 명품이 어떻고 강남의 어떤 거리가 돈 있는 고객들을 위해 어떻게 자리 잡았고 하는 기사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억강부약의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권의 온갖 폭로성 기사들로 뒤덮힌 정치면까지함께 고려해 요즘의 신문을 생각하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
Money talks, Lie works!
물론 과거에도 촌지문제 등 기사가 돈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신문과 돈의 관계는 기자 개인의 비리 차원이 아니라 신문사 경영 차원의 구조적인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언론마저 돈의 힘에 굴복했기 때문일까, 한 대선후보의 선거구호가 과격하다기보단 차라리 처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