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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인터뷰] 이용대 '여중생 사망' 범국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박주선 기자  2002.12.04 1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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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져야 그나마 반짝 관심… 현장과도 거리 멀어

‘미국 비판=반미’로 무조건 금기시… 인식 전환 필요







“미국 문제에 대한 금기를 깨고 전면적으로 다루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사거리는 많아요.”

이용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은 미국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당부하면서도 “기대는 안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지난 1일 만난 그는 “단순히 운동권만이 갖는 불신이 아니다. 권력과 통해 있는 언론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크다”고 얘기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보도를 어떻게 봤나.

“초기에는 월드컵 열기에 묻혀 한줄 기사로 사고가 있었다고만 나왔다. 나중에 ‘민중의 소리’ 기자 두 명이 연행되자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다가 가라앉았다. 지난달 무죄평결이 나면서 다시 보도를 하기 시작했지만 관심 있을 때 반짝 다루는 정도다. 반면 언론 밖에서의 관심은 대단히 컸다. 대책위가 7월부터 서명과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3개월만에 100만명 서명을 돌파하고 약 1억원을 거뒀다.”

이 위원장은 “여론이 앞서가고 언론이 겨우 뒤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게다가 일부 언론은 과격 반미 구호를 집중적으로 부각해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오끼나와에서 미군의 성추행이 있었을 때 지역신문 기자가 전세계 미군기지를 돌며 20회 분량의 시리즈를 하는 것을 인상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군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는.

“미군 범죄 기사는 대단히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80년대부터 20여 년간 주민들이 싸워온 매향리 문제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비로소 20년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년 전 파주건설노동자 전동록 씨 사고도 미군 당국의 미필적 고의가 분명한데 1단 기사 정도로 처리됐었다. 사고 전 전씨는 미군 당국에 고압선을 철거해달라는 요구를 했는데도 미군은 이를 묵살했고,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전동록 씨 장례식 직후 벌어진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 역시 인터넷이 없었다면 묻혔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이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대안언론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기성 언론은 현장에서 너무 멀리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언론의 반미감정 보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보수 언론에서 반미감정을금기시하고 무조건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몰아간다. 그러나 최근 반미 문제는 환경, 미군 범죄 등과 직결돼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바뀌는 사회 분위기에 비해 언론은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

-오끼나와의 미군 성추행 사건 당시 일본에서 본 일본 언론과 우리 언론의 태도가 많이 다른가.

“일본 오끼나와 사건 때 일본 정부와 언론은 미국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정부와 언론이 문제제기를 막고 있다. 그래서 쉽게 받을 사과도 어렵게 받았다. 50년대 미군이 일본군을 쏘아죽이는 사건이 있었는데 미국은 미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일본에 재판권을 넘겨줬었다. 그때는 주둔군지위협정이 없었을 때라고 하지만 재판권 이양에 성역이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미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를 버리면 대응 논리는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던졌다. “편집 방향, 데스크 탓을 하지 말고 스스로 기자정신을 찾아야 한다. 미선이 효순이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