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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직 2제

김상철 박주선  2002.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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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회사 차려볼까” 농담 현실로

백경학 전 동아일보 기자



“백 선배, 맛이 어때요?” “맛있는걸, 우리 나중에 맥주회사나 차릴까.”

독일에서 연수 중이던 한 기자와 양조학을 전공하던 유학생이 농담처럼 나눴던 얘기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0월 동아일보를 떠나 맥주회사를 차린 백경학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www.oktoberfest.co.kr) 대표이사 얘기다.

지난 90년 입사한 이래 2000년까지 CBS에서 근무했던 백 전 기자는 96~99년 3년간의 독일 연수시절, 뮌헨 공대에서 맥주 양조공학을 전공하던 방호권씨를 만나게 됐다. 방씨는 대학 선배였던 백 기자에게 틈틈이 자신이 만든 맥주를 맛보였고 “나중에 맥주회사 한번 차려보자”는 말이 이때 오갔다. 내심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만든 상표를 단 맥주를 만들어보리라”는 다짐도 했다.

계획이 본격화된 건 지난해 12월부터. 소규모 맥주사업자를 허가하는 시장 개방 움직임이 일면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사이, 맥주 양조공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온 방씨와 의기 투합했고 CBS 후배였던 이원식 전 기자가 합세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장이 개방된 일본을 다녀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백 전 기자는 올 2월 주세법이 개정되자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개최, 28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6억여원을 들여 독일 현지에서 하루 1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제조장비도 들여왔다. 이렇게 해서 강남역 인근에 300여평 규모의 맥주 매장이자 공장인 ‘옥토버훼스트’를 연 것이 사업추진 8개월여만인 지난 7월 12일이었다.

“기자생활을 했으니 만큼 사람들하고 부딪히는 건 자신 있었는데 실제로 사업을 해보니 사람들과 관계 맺고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네요. 좋은 기자 되는 것보다 좋은 사업가 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옥토버훼스트’ 개장 5개월째를 맞은 백 전 기자의 소회다. 아울러 “회사를 경영하면서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했다”며 “내년 중으로 직영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맥주’를 향한 백 전 기자의 꿈은 여전히 숙성 중이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작사가·음반제작자 깜짝 변신

이주엽 전 한국일보 기자



직장은 대학로에 있다. 명함은 기자에서 음반사업팀 실장으로 바뀌었다. 기자에서 취재원으로 입장도 달라졌다.

지난 8월 이주엽 전한국일보 편집부 기자가 작사가 겸 음반제작자로 변신했다. 지난달 30일 그가 근무하는 대학로 폴리미디어 사무실은 록키호러쇼 공연 준비로 바깥까지 떠들썩했다.

“40이 되면서 허전했어요. 기자로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인생에서 존재에 헌신하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일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올초부터 틈틈이 노래 가사를 썼다. 감정이 생길 때마다 일기 쓰듯이 쓴 노래가 13곡이 됐다. 그러던 차에 동료 기자 소개로 지난 3월 재즈가수 겸 작곡가 정말로 씨를 만났고, 정씨는 음반 작업에 흔쾌히 응했다. 정씨가 곡을 만드는 사이 ‘일단 배우자’는 생각으로 음반기획사에 들어가 4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면서 음반업계 흐름을 익혔다.

본격적인 음반 제작 활동은 이달 중에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시작된다. 회사명은 두 딸 선재와 선호의 이니셜을 딴 JNH. 내년 2월이면 정씨와 작업한 앨범이 나온다. “창작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설레고 좋다. 소풍 나온 애들 같다. 언어가 피와 살을 얻어 몸이 된다는 게 매력적이다.” 과거 한국일보 노조 노래패에서 선보였던 끼가 제대로 발산되는 듯하다.

그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소외된 30,40대가 즐기고 감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30,40대가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르게 되잖아요. 음반 제작은 벤처사업이라는 매력도 있어요. 초기 투입 비용이 적고 잘 되면 큰 수익도 기대할 수 있거든요.”

그럼 직접 맛을 볼까. 첫 앨범의 타이틀곡이 될 ‘벚꽃지다’는 저음의 여가수가 부르는 보사노바풍 노래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