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MBC의 일부 대선관련 방송을 문제삼고 기자 출입정지까지 거론해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돌았으나 결국 한나라당이 해당 방송 내용을 잘못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지난 7일 선거전략회의에서 “MBC의 편파보도로 항의전화가 많은데 이래도 되는가”라며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기자 출입을 금지하고 MBC 사장에게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이날 서 대표의 발언은 내부 모니터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MBC ‘미디어비평’과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에서 편파방송이 심하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문제삼은 내용은 △MBC ‘100분토론’에 이회창 후보 지지자로 출연한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가 호남 몰표 현상을 이라크에 비유한 것을 지난 6일 MBC ‘미디어비평’이 집중 부각시켰고 △지난 7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손씨가 시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인제 의원의 탈당만 비판적으로 부각시키는 편파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일 ‘미디어비평’은 TV합동토론 및 대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으로 강 교수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손석희의 시선집중’ 제작진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인제 의원과의 인터뷰를 비판하는 시민에게 오히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보다 비판을 받더라도 응하는 사람이 더 낫다’는 요지의 진행자 멘트를 내보내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한나라당 비판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방송사나 특정 프로그램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기도가 아니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MBC 손석희 부장은 지난 9일 방송된 ‘시선집중’에서 “선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에 근거해 주장하고 비판했으면 좋겠다”며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서 대표가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고 편파보도, 출입정지 등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MBC 보도국에서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MBC 한 기자는 “서 대표가 모니터 보고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평소에 쌓였던 MBC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것”이라며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았고 한나라당 실무자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