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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기자 김용옥'에 거는 기대

강진구 기자  2002.12.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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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경향신문 종합기획부 기자





대선열기가 한창인 요즘 개인적으로 도올 김용옥 기자의 ‘현장속으로’를 관심 깊게 보고 있다. 내가 그의 취재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파격 행보에 대한 호기심 차원보다는 ‘무식한 기자사회’를 향해 그가 던진 발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는 얼마전 한창 화제가 됐던 EBS 논어강의에서 ‘우리 사회의 지적수준이 낮은 이유는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기자사회가 석·박사출신 보다 주로 대졸자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그의 독설에는 ‘무식한 기자’들이 고단한 수련과정을 거친 지식인들을 젖히고 우리사회의 공론을 독점하는데 대한 ‘개탄’이 뚝뚝 묻어났다.

특히 그의 표현을 빌면 도올은 국가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서 키운 ‘국보급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기자들의 근시안’에 대해 뭔가 보여주겠다고 나섰으니 기대감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그의 기사에서는 기대했던 ‘고수’의 면모보다는 동양학으로 포장한 ‘낡은 저널리즘의 혼성모방’에 급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능시험 발표 직후 충격의 고3교실에 대한 그의 르포기사를 보자. 그의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빗나간 수능시험으로 인해 수험생과 입시지도 교사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입시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해찬 석두세대’나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 등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 수없이 반복해온 입시기사의 전형에 불과하다. 절망의 수능교실에 발을 들여놓긴 했으나 그 역시 수험생들과 함께 ‘절망의 미로’에서 헤맬 뿐이었다. 최소한 도올 정도라면 ‘그래도 본고사 때보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타협적 결론보다는 ‘배움의 진정한 목적이 실종된 교육현장’에 대해 일갈하는 건 어땠을까.

지난 4일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대한 취재기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TV토론을 ‘감흥없는 허무개그’로 결론 내렸지만 독자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그런 ‘허무한 결론’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는 후보와 1대1로 마주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치는 일단 조져야 한다’ ‘그놈이 그놈론’등 정치기사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도올이 기자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도올은 기자사회에 대한 적응력보다는 먼저 낡은저널리즘에 대한 돈키호테 같은 도전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