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언론의 대선보도는 후보들의 대북관을 둘러싼 색깔공방 무차별 중계, 행정수도 이전 논란 가운데 특히 ‘집값 폭락’에 대한 여론몰이에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는 냉전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데 대한 냉철한 비판이나 ‘폭락 논쟁’에 대한 분석 없이 정치권 공방을 옮겨놓은 데 그쳤다.
선거 전날인 18일자 신문이 대부분 판세전망 등에 할애하며 ‘정리 국면’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선보도의 대미는 색깔론으로 장식됐다. 북 핵 문제에서 불거진 이 사안에 대해 언론은 사설을 통해서는 명확한 대북관 표명, 대북정책 검증과 대결 등을 촉구했으나 지면은 ‘거칠어지는 대북논쟁’ ‘안보논쟁 격화’ ‘격한 공방’ 등의 문패를 달고 양 후보진영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17일자 ‘이 “노후보 전쟁론 북 주장과 비슷”/노 “남북대화 막히면 위기만 고조”’(동아) ‘이후보 “노 전쟁론은 북한과 똑같다”/노측 “북 변수 이용하는 낡은행태”’(조선) ‘한나라 “북과 똑같은 말 되풀이”/민주당 “독재수법 본 뜬 색깔론”’(중앙) 식이었다. 이같은 양상은 ‘이 노 대북관 대격돌 “북한 동조론자” “전쟁 불사론자” 맞비난’(경향) ‘이 “노 북 주장 같다”/노 “이 색깔 의존증”’(세계) ‘한 “노는 북한과 입맞췄나”/민 “이는 외눈박이 대북관”’(한국)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앞서 쟁점으로 불거진 수도 이전의 경우 ‘폭락’ ‘재앙’ 등 한나라당의 주장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부각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2차 합동토론 이후 지난 11일자 1면 ‘한나라 “수도권 집값폭락 재앙”/민주 “투기·과밀고통 덜자는 것”’ 기사를 시작으로 한나라당 주장의 경우 “수도이전 땐 서민경제 파탄”(12일자) ‘이 “상권까지 붕괴” “집값폭락→가계 빚더미/서민들만 고통받을 것”’(16일자) ‘한나라 “신도시도 집값 폭락”’(17일자) 등으로 처리했다.
동아일보도 11일자 ‘이 “수도이전 땐 서울집값 폭락”/노 “지역 균형발전 위해 꼭 필요”’ “집값폭락 서민경제 파탄”(13일자) ‘수도 이전 땐 수도권 상권 무너져/빚내 내집 마련한 서민 빚더미에’(16일자) 등 한나라당 주장을 ‘폭락론’에 맞췄다. 세계일보 역시 ‘이 “서울집값 폭락 공동화”/노 “경제중심 수도권 존속”’(11일자) ‘이 수도권 땅값폭락 경제파탄/노 오히려 집값안정…균형발전’(13일자) 등비슷한 접근방식을 보였다.
반면 ‘서울 공동화’ ‘수도권 경제 파탄’ 등을 부각시키며 집값문제를 거론한 다른 신문들을 포함해, 이에 대한 전망을 다룬 기사는 13일자 한국일보 ‘전문가들 집값 예상/“다소 떨어져도 폭락 없을 것”’ 16일자 한겨레 ‘“집값 폭락하지는 않을 듯”/부동산 전망’ 정도에 그쳤다.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으로 처리한 대부분의 신문들은 그러나 예산, 이전비용, 시기 등을 짚었을 뿐 집값문제는 제외하거나 엇갈린 양당 또는 전문가 의견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이 냉전이데올로기 비판이나 집값 전망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회피하고 공방 위주로 처리하고 있다”면서 “이는 선거가 막판에 다다른 상황에서,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