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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공방·집값폭락 비판은 없었다

'북한동조' '재앙·파탄' 옮겨놓기만

김상철 기자  2002.12.18 14: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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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 언론의 대선보도는 후보들의 대북관을 둘러싼 색깔공방 무차별 중계, 행정수도 이전 논란 가운데 특히 ‘집값 폭락’에 대한 여론몰이에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는 냉전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데 대한 냉철한 비판이나 ‘폭락 논쟁’에 대한 분석 없이 정치권 공방을 옮겨놓은 데 그쳤다.

선거 전날인 18일자 신문이 대부분 판세전망 등에 할애하며 ‘정리 국면’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선보도의 대미는 색깔론으로 장식됐다. 북 핵 문제에서 불거진 이 사안에 대해 언론은 사설을 통해서는 명확한 대북관 표명, 대북정책 검증과 대결 등을 촉구했으나 지면은 ‘거칠어지는 대북논쟁’ ‘안보논쟁 격화’ ‘격한 공방’ 등의 문패를 달고 양 후보진영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17일자 ‘이 “노후보 전쟁론 북 주장과 비슷”/노 “남북대화 막히면 위기만 고조”’(동아) ‘이후보 “노 전쟁론은 북한과 똑같다”/노측 “북 변수 이용하는 낡은행태”’(조선) ‘한나라 “북과 똑같은 말 되풀이”/민주당 “독재수법 본 뜬 색깔론”’(중앙) 식이었다. 이같은 양상은 ‘이 노 대북관 대격돌 “북한 동조론자” “전쟁 불사론자” 맞비난’(경향) ‘이 “노 북 주장 같다”/노 “이 색깔 의존증”’(세계) ‘한 “노는 북한과 입맞췄나”/민 “이는 외눈박이 대북관”’(한국)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앞서 쟁점으로 불거진 수도 이전의 경우 ‘폭락’ ‘재앙’ 등 한나라당의 주장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부각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2차 합동토론 이후 지난 11일자 1면 ‘한나라 “수도권 집값폭락 재앙”/민주 “투기·과밀고통 덜자는 것”’ 기사를 시작으로 한나라당 주장의 경우 “수도이전 땐 서민경제 파탄”(12일자) ‘이 “상권까지 붕괴” “집값폭락→가계 빚더미/서민들만 고통받을 것”’(16일자) ‘한나라 “신도시도 집값 폭락”’(17일자) 등으로 처리했다.

동아일보도 11일자 ‘이 “수도이전 땐 서울집값 폭락”/노 “지역 균형발전 위해 꼭 필요”’ “집값폭락 서민경제 파탄”(13일자) ‘수도 이전 땐 수도권 상권 무너져/빚내 내집 마련한 서민 빚더미에’(16일자) 등 한나라당 주장을 ‘폭락론’에 맞췄다. 세계일보 역시 ‘이 “서울집값 폭락 공동화”/노 “경제중심 수도권 존속”’(11일자) ‘이 수도권 땅값폭락 경제파탄/노 오히려 집값안정…균형발전’(13일자) 등비슷한 접근방식을 보였다.

반면 ‘서울 공동화’ ‘수도권 경제 파탄’ 등을 부각시키며 집값문제를 거론한 다른 신문들을 포함해, 이에 대한 전망을 다룬 기사는 13일자 한국일보 ‘전문가들 집값 예상/“다소 떨어져도 폭락 없을 것”’ 16일자 한겨레 ‘“집값 폭락하지는 않을 듯”/부동산 전망’ 정도에 그쳤다.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으로 처리한 대부분의 신문들은 그러나 예산, 이전비용, 시기 등을 짚었을 뿐 집값문제는 제외하거나 엇갈린 양당 또는 전문가 의견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이 냉전이데올로기 비판이나 집값 전망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회피하고 공방 위주로 처리하고 있다”면서 “이는 선거가 막판에 다다른 상황에서,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라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