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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호들갑, 국민은 의연했다

우리의주장  2002.12.18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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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가던 북한 화물선이 미 해군에 의해 나포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미사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북한의 딱한 현실이 물증과 함께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닐뿐더러 정상적인 구매계약을 통해 물건을 싣고 가는 화물선을 강제로 나포한 것은 국제법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하루만에 나포한 화물선을 풀어주고, 나포를 대신 부탁했던 스페인에게 미국이 사과한 것만 봐도 화물선 나포는 미국의 무리한 조치였음이 드러났다.

하필이면 시기도 그렇다.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남포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달 중순쯤이고, 이미 출발단계부터 이 배를 추적했던 미국이 대선을 불과 일주일여 남짓 앞두고 일을 벌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혹자는 미국이 이번 화물선 나포를 계기로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혹은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을 전환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이같은 미국의 수상한 의도에 의혹을 보내기보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와 햇볕론자들에게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미사일 수출하라고 ‘햇볕’을 주었냐는 비아냥부터, 믿을 수 없는 북한에 대비해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급진과격한 불안세력에 어떻게 국가의 안보를 맡길 수 있겠냐’는 주장에서는 그 속내마저 드러냈다. 하지만 불과 하루만에 ‘별 문제없이’ 사안이 종료되는 바람에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들만 머쓱해진 꼴이 됐다. 더 쑥스러운 것은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했던 바람과는 달리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연하고 성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는 과거 선거 때마다 볼 수 있었던 단골메뉴였다. 아직까지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이 이같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라면 이같은 구태의 위력이나 효과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감시하는 수많은 대안매체들의 영향력이 많이 향상된 것도 크게 한몫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설픈 안보논리를 동원해 선거에영향을 미쳐보자는 구태는 이 땅에 발붙이기 어려운 시대가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