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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사일선박보도 인도 나포땐 '단신', 미국 나포땐 '톱'

99년에도 같은 상황 발생… 보도는 '천양지차'

김상철 박주선  2002.12.18 14: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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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과 올해 12월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선박이 나포된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가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난 99년 7월 인도가 미사일을 선적한 북 선박을 나포했을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1∼2단으로 첫 보도를 시작했으나 지난 11일 미국이 북 선적을 나포했다는 소식은 모든 신문이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보면, 99년 당시 북 선박은 인도에서 나포했고 지난 11일에는 미국에서 했다는 차이밖에 없었다.

지난 12일자 중앙일간지는 ‘미, 미사일 실은 북선박 나포’(경향) ‘미사일 15기 실은 북 선박 나포’(중앙) ‘미, 인도양 기지로 예인’(조선) 등 미사일을 실은 북 선박이 예멘 공해상에서 나포됐다는 뉴스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또 나포 배경, 북한의 미사일 수출 현황 등 관련 내용을 3면 전체를 할애해 전달했다.

이는 북한 화물선이 인도에 나포됐던 99년 7월 보도와 크게 차이가 난다. 나포 사실이 알려진 초기 대다수 신문은 2면이나 국제면에 연합기사를 받아 1∼2단 정도로 처리했다. 이후 인도가 북한 선원 44명 전원을 체포하자 문화 조선 한국 등이 1면에서 다뤘고 이어 나포된 어선에 미사일부품이 아닌 미사일이 선적돼 있음이 확인되자 경향 세계 조선 한국 등이 1면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사례처럼 1면 머릿기사와 관련기사를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다.

사설에서도 이런 편차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2일자 신문들은 ‘계속되는 북한의 위험한 도발’(국민) ‘북한, 또 한번 국제사회 배신했다’(동아) ‘미사일 수출하라고 햇볕 준 꼴’(조선) ‘북한 미사일 수출할 땐가’(중앙) ‘어리석은 북 미사일 수출 재개’(한국) 등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99년 7월 언론재단 카인즈 검색 결과 나포 문제로 불거진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비판한 사설은 한 건도 없었다. 여기에는 달라진 주변상황을 거론하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북 선적 나포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 전략이 강경해졌고 북이 핵개발을 시인한 뒤였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모을 만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사일과 미사일 부품을 실은 북한 선박이 나포됐다는 사실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당시에도 북 미사일 문제가 현안으로 불거진 시기였다는 점에서 언론의 이같은 보도편차는 일관성을 잃은 태도라는비판을 사고 있다. 인도 정부에 의한 북 선박 나포 사실이 알려지기 한 달 전인 99년 6월에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돼 관련보도와 사설이 잇따랐으며, 6월초 발생한 서해교전으로 미국 병력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등 남북간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였다.

정일용 연합뉴스 논설위원은 “언론에서 99년에 비해 더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있고 대선을 앞둔 시기에 벌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나포를 둘러싼 본질적인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 편차를 보인 것은 무원칙한 보도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