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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아직도 정신 못차렸어요?"

[인터뷰] 광화문 촛불시위 첫 제안 네티즌 김기보씨

전관석 기자  2002.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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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중생이 미군의 궤도차량에 깔려죽은게 지난 6월입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언론이 뭘 했지요? 제가 한 일도 사실은 언론의 몫이 아닌가요. 언론은 국민과 효순이 미선이에게 사과문을 내야 합니다”

광화문 촛불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한 네티즌 김기보(아이디 앙마)씨. 김씨는 학원강사를 하면서 대중문화와 관련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다.

김씨는 인터뷰 요청을 하자 “당분간 안했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튿날 약속장소에 나온 그가 털어놓은 인터뷰 거절의 이유는 “괜한 유명세를 타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았습니다. 몇몇 일간지 기자들을 만나서 광화문을 밝히고 있는 수만개 촛불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요. 그런데 제목이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습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인식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알겠더군요.”

말문이 트이자 김씨는 두 여중생 사망과 잇따른 무죄판결, 그리고 최근의 촛불시위 등을 대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을 그치지 않았다.

“지금 광화문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위는 기존의 모든 틀을 허문 겁니다. 운동차원에서의 반미와는 전혀 다른 흐름이 펼쳐지고 있어요. 두 여중생이 그렇게 죽어가고 미군들의 무죄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잠잠하던 언론이 촛불시위가 시작되자 반미냐 아니냐, 주한미군 철수 구호를 외쳤나 아니냐를 따지는 등의 이분법적인 논리를 펴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김씨는 기존 언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못따라가면서도 논조유지를 위한 재단만을 계속한다면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부 언론은 계속해서 ‘이제 그만하라’고 하고 또 14일 아침에 대부분의 언론이 ‘부시가 김대중 대통령을 통해 직접사과했다’고 대서특필했죠. 하지만 그날 광화문 10만명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수십만명이 모여 촛불시위를 벌였습니다. 국민들은 그걸 직접 사과라고 판단하지 않은거죠. 인터넷 소통문화가 활발한 현실에서 언론이 더 이상 여론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는 사례라고 생각해요. 기존 언론이 그걸 느끼지 못하고 계속 국민들을 가르치려고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더 비판받을 것입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