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지적에 그칠 것인가, 내부 변화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대선 이후 조선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선거보도에 대한 비판과 지면 개편 필요성 등을 거론하는 자리를 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9일자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 사설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설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라고 밝혀 노골적인 편들기라는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실린 이 사설에는 1100건이 넘는 글이 올랐고 논조를 비판하는 글이 상당수였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더러 무신경하게 넘기기도 했지만, 내부에서도 ‘이렇게까지 써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의는 21일 한 기자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후 20여명의 기자들이 노조 사무실에 모이면서 시작됐다. “특히 19일자 사설에 대해 사내외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 기자들이 모이는 계기가 됐다”는 게 한 기자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기자는 “사설 등 대선보도와 원활하지 못한 편집국 내 의사소통 문제 등이 논의과정에서 거론됐다. 이를 극복할 시스템 개선 필요성도 언급됐다”고 전했다. 기자들의 이같은 의견은 방상훈 사장에게도 전달됐다. 이날 모인 기자들은 회사에 의견을 전달했으니 만큼 향후 조치 등 추이를 지켜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의 모임과 의견 개진은 방 사장의 여론 수렴 행보로 이어졌다. 방 사장은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 일선 기자, 간부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사내 의견을 청취했다. 송희영 사장실장은 “젊은 독자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면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등 지면개선프로그램 마련이 주로 얘기된 것으로 안다”면서 “지면개선 필요성에는 간부들을 비롯해 대부분 동의했고 점진적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집국 일각에서는 내부의 변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대외적으로 부각되는 데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기자는 “자칫 외부환경 변화에 편승하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다”면서 “일단 내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