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후 언론개혁이 변함없는 지상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언론개혁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차원의 언론관련 공약은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와 맞물리면서 공식화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18일 발표한 민주당의 150대 공약에서도 언론관련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공약 발표 직후 당시 노 후보 진영은 “그동안 노 후보가 MBC 미디어비평 등 외부에서 밝힌 언론관련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지난 20일 노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 때 연설문에 명시된 ‘언론을 포함한 사회시스템 개혁’ 대목이 연설에서 누락된 것과 관련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노 당선자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언론에 대한 기존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언론정책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후보진영의 안과 당 차원의 안을 조율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면서 “기존 입장은 유지하되 실행에 있어 완급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법 규정대로 집행하는 등 ‘틀 안에서’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한 신문사 정치부장의 말처럼 기존 법과 제도적 범위 안에서 관련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같은 관점에 따른다면, 앞서 노 당선자가 거론한 언론관련 공약·정책 등은 △업계자율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야 할 분야 △법 제개정 등 국회를 거쳐야 할 분야 △정부정책으로 실행 가능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가장 빨리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부분은 신문 판매시장 정상화 관련 조치다. 민주당은 사문화된 신문고시 시행, 공정거래법을 통한 불법판촉 규제, 신문공동배달제 지원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노 당선자도 선거과정에서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원칙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 규제해야 한다”며 “여론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조치는 무엇보다 정부정책으로 실행 가능한 것들이다.
반면 방송위원회 인사 방식 개선과 위상 강화, 연합뉴스사법 제정 등은 국회를 거쳐야 할 부분으로, 정치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야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통한 소유지분 제한이나 여론독과점 방지를위한 시장 점유율 제한 등은 당내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공약화하지 않은 사안이다. 사실상 ‘실행의 부분’은 많지 않은 셈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여론과 요구를 보다 구체화시키는 언론 종사자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대선이 기존 주류언론의 영향력을 넘어선,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언론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외연’은 더욱 넓어졌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차피 정권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언론관련 조치는 제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업 언론인들을 포함한 언론시민단체에서 기존 언론에 대한 비판,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등을 통해 고양된 문제의식을 보다 구체화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로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