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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약진·진보 조명 늘어

정책보도-가독성 '두 토끼 잡기' 과제로 남아

김상철 기자  2002.12.27 10: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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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보도를 둘러싼 안팎의 비판과 평가가 이어졌다. 어김없이 편파시비가 제기됐고 이른바 주류언론과 인터넷 매체의 명암이 갈렸으며 다른 한편 정책·공약검증 증가 등 긍정적인 흐름도 있었다. 대선보도에서 나타난 주요한 변화상을 짚어봤다.





인터넷 매체 영향력 커져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국정원 도청 의혹 등 정치권 폭로 중계나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 조성 등 일부 언론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한 의제는 시민언론단체로부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도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이같은 의제는 실제 여론 향방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이후 각 언론사가 공개한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도청의혹을 폭로한 지난달 28일 이후 노무현 이회창 두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6%P 안팎으로,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당시 격차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부터 인터넷매체에 비해 기존 언론의 관심이 적었던 의정부 여중생 사망과 관련 촛불시위가 본격화된 12월 첫주 이후 두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오히려 2~3%P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매체들은 언론노조, 미디어공정선거국민연대 모니터 보고서 외에도 양당 폭로와 주장, 북핵 관련 기사와 언론보도 비판을 통해 네티즌들의 진지 역할을 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노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한 선거 전날, 통상 100만건 정도였던 페이지뷰가 2000만건에 달했다는 ‘사건’에서 이같은 양상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여론형성 기능을 단순히 수사적인 차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 국장은 “매체의 영향력은 ‘큰 활자’ ‘많은 지면’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사를 얼마나 반영하고 다각도로 짚어내느냐에 달렸다는 점에서 기존 오프라인 언론에 시사한 바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공약검증 보도 봇물



신문들은 특히 다른 어떤 선거 때보다 후보자들의 정책·공약검증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분량으로만 따지면 과잉이라고 할 만큼 기사가 많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문화일보는 경실련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각각 참여연대 YMCA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공동 기획으로 시리즈를 게재했다. 국민일보중앙일보 등은 자체적으로 공약 비교 기사를 실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이같은 시도에 대해 “인상평이 많고 단순 비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 시민단체와 공동 기획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선거보도에서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짜증날 정도로 많이 했지만 가독성은 없었다”는 한 신문사 정치부장의 표현대로 정책위주 보도라는 명분과 가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일보 정치부 공영운 기자는 “이번 대선은 정책적으로 뚜렷하게 대비된 두 후보가 나왔다는 점에서 종전보다 정책검증 보도가 활성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정치권이나 전문가 집단에서는 호평이 있었으나 독자들의 관심도 면에서는 아직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 기자는 “가독성이라는 과제는 언론 전반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고민해 나간다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보’ 조명 늘었다



97년 대선에서 군소후보로 취급됐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언론의 조명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TV합동토론에 참여하게 되면서 몇몇 신문의 경우 세 후보의 입장이 동일한 편집으로 처리되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보도 양상을 보였다. 카인즈(KINDS)를 통해 서울지역 10개 일간지의 97년과 2002년 투표 전날까지 12월 기사를 ‘권영길’로 검색해보면 97년의 경우 146건, 2002년은 711건으로 나타난다. 단순 노출빈도 면에서 ‘급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제3후보로서 일관된 보도 방침이나 기사 내용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김종철 용산 지구당 위원장은 “언론에 바라는 게 많았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며 “가장 아쉬운 점은 TV토론 때는 메이저 중 1명이었다가 평소 보도에는 군소후보로 전락하는 보도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