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각 언론사의 내부 반응과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조에 변화는 없다. 하던대로 한다”는 방침부터 “이대로는 안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위기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면이나 인사에 있어 당분간 ‘모색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내부 관측이다. 편집국 한 차장은 “DJ 정부의 경험이 없었다면 당혹감이나 불안감이 더 컸을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하는 반응도 있지만 어차피 현실을 인정하고 ‘가던 대로 간다’는 게 기본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젊은 기자들은 자사 보도태도 및 편집국 운영을 지적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일보도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보도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 기자는 “편파 보도에 대한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각론 수준”이라며 “기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회사에 전달하는 자리가 있을 텐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문화, MBC 등은 새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MBC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냐는 외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MBC 노조 박성제 민실위 간사는 “선거 결과가 보도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며 “정권 초기에 밀어주기나 용비어천가가 아닌,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역시 MBC’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한 기자는 “DJ 정부 임기동안 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는 말을 외부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같은 지적을 듣지 않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노조 권선무 사무국장은 “논조가 바뀌거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될 것도 없다”며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감시의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와 연합뉴스 등은 새 정부의 언론관과 언론정책에 관심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연합뉴스사법 제정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향후 조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정일용 논설위원은 “상대적으로 통신매체 위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후보인 만큼 향후조치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KBS도 대선이 끝나면서 후임 사장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연고와 지역색이 없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서 보다 개혁적인 인물이 후임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SBS에서는 일부 간부들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젊은 기자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보도국 한 기자는 “벌써부터 ‘누구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누구는 기세가 등등해졌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기자들 사이에서는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자, 우리끼리 감시하자’는 분위기가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