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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격차' 보도는 '접전'

여론조사 공표금지 유권자 혼란 불러

김상철 기자  2002.1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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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와 언론의 판세보도 간 ‘격차’는 없는가. 선거기간 후보 지지도 조사 공표와 보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규정이 언론의 판세보도에 또다른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계속된 상황에서도 노 후보 우세를 내비치는 가운데 양당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한계를 나타냈다.

대선 이후 지난 20일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은 그간의 여론조사 추이를 공개했다. 지지도 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지난 11월 27일 이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 16일까지 줄곧 6%P를 유지했다. 문화일보 보도에서도 격차는 지난 11일, 17일 6%P 대를 유지했으며 한국일보는 지난 7일∼17일 5∼6%P 차이를 오갔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지난 14일 6.9%P에서 17일 8.7%P 차이로 벌어졌다.

이 기간 노 후보의 지지도는 42∼43%, 이 후보는 36∼37%(문화) 34∼36%(조선) 34∼35%(중앙) 35∼35%(한국)를 오갔다.

반면 판세분석 보도는 양당 주장을 나열하면서 ‘정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지난 16일자 중앙일보는 ‘이·노 대접전…팽팽한 판세’ 기사에서 “대통령선거를 나흘 앞둔 15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대선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막판 부동표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양당 주장을 전했다 다음날 중앙일보 조사는 격차가 6.9%P에서 8.7%P로 더 벌어져 있었다. 17일자 조선일보도 “민심이 우리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리가 우세하다”며 각각 한나라당 민주당 주장을 보도했다. 16일 조사 때까진 여전히 격차는 6%P 대를 나타냈다.

문화일보도 17일자와 18일자에 각각 ‘민 “격차확대” 한 “막판 역전”’ ‘민 “우세 굳혀” 한 “역전 성공”’ 등의 기사로 보도했으나 당시 지지도 격차는 여전히 6%P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언론의 이같은 보도 양상은 ‘이 “급상승세” 노 “계속 앞서”’ ‘한나라 “근소차 앞서” 민주 “우세 유지”’ 등 선거 막판까지 계속됐다.

현행 선거법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 규정을 없애고 언론사가 조사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보도의 한계를 거론하는 데서 비롯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여론조사 공표금지 폐지해야’ 사설에서“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조항으로 인해 정보의 공급원인 신문과 방송은 모호하게 판세를 분석함으로써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