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을 기다리던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법원 직원의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에는 국민일보 고위 간부들과 넥스트미디어그룹 관계자 십수명이 눈에 띄었다.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은 조 전 회장은 책상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재판을 기다렸다.
10시 16분. 재판 시작 10분만에 조 전 회장은 “적시된 범죄가 모두 유죄이고 죄질이 나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횡령액 175억원과 포탈 세금을 모두 변제하고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사회가 무엇인지 알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판단해 사회봉사 240시간을 추가하고, 이득을 얻기 위한 조세포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벌금을 50억원으로 올렸다. 조 전 회장측은 상고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심 흡족해하는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집행유예는 많이 봐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9일 라스베이거스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된 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은 항소심에서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면제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때도 온정적인 판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장 전 회장은 한국일보의 경영난이 극심해지고 국내에서는 IMF 외환위기로 어렵던 때 거액의 외화를 빼돌려 도박으로 탕진했다. 언론사주가 아니었어도 이같은 판결이 나왔을까.
혐의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구속기소, 보석, 감형의 수순을 밟았다. 언론사주에 대한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한 가지 더, 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언론사의 사주가 “사회가 무엇인지 알 기회를 가져야 하는” 현실을 확인한 것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