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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수업 '엽기'로 재단"

경북대 정효찬 교수 '미술시험문제' 논란

전관석 기자  2002.12.27 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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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정효찬 교수의 기말고사 문제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네티즌과 당시 수강생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정 교수의 시험문제를 보도한 대부분의 신문들은 “‘100% 성공 키스법은?’ 황당한 대학시험”(동아, 한국), “‘엽기’대학기말시험”(경향), “‘엽기적 기말고사’문제 논란”(국민, 대한매일), “흔들고 쓰리고 피박 몇점? 경북대 황당한 기말고사 대학측 강사 내년강의 배제”(조선)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13일 ‘만물상-엽기’에서 기말고사 일부문항을 발췌해 “이쯤되면 기상천외의 수준을 넘어서서 ‘엽기’의 노골적인 현장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젊은 네티즌들조차 ‘어처구니 없다’, ‘엽기가 아니라 치기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등록금을 대는 학부모 심정은 어땠을까?”라며 시험출제를 ‘엽기’로 못박았다.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경북대학교에서는 즉각 정 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으며 결국 정 교수는 다음 학기부터 강단에 서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해당과목인 ‘미술의 이해’ 수강생들을 비롯 1000여명의 네티즌들이 가입한 카페에는 이러한 언론보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마샬’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일부 신문기자에게 “대학교는 마지막 자유의 상징이고 여러가지 사상과 비판, 창의적 사고가 넘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가 쓴 글은 누가 봐도 부정적 시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 의도를 생각하지 않고 막연한 질문을 한다면 일반 대중들을 속이는 언론밖에 안 될것이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보냈다. ‘강설’ ‘네모왕자’등은 “이 사건에 대해 왜곡보도한 언론에게 사과문을 받아내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카폐를 운영하고 있는 경북대생 허규 군은 “창의적인 교육과 평가에 대해 언론은 왜 그다지도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며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내용을 다루지 말고 수강생 중 단 한명과 접촉해 취재를 했다면 이런 선정적인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강생들에 따르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발췌해 문제삼았던 고스톱 문제나 키스 관련 문제도 200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이 조를 나눠 발표한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고스톱의 경우 ‘동양화’에 관한 발표에서 한 조가 48장의 대형화투를 만들어 가지고 와 발표했던 내용이고배용준식 머플러 매는 방법에 대한 문제는 ‘영상매체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것이다.

허 군은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언론에게는 시험문제가 그저 엽기로밖에 안 보이겠지만 우리에게 정 교수의 수업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고 기말시험은 수강생들 모두 한 학기 발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언론이 엽기딱지를 붙이려면 문제를 출제한 정 교수가 아닌 그와 같은 발표를 한 학생들에게 붙여달라”고 말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일부 언론이 23일 정 교수를 인터뷰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이미 정 교수는 다음학기부터 교단에 설 수 없게 된 이후였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