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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자성' 위는 '요지부동'

동아·조선, 기자 개혁요구에 간부들 "문제없다"

김상철 전관석  2003.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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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보도와 관련, 동아일보 조선일보 내부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경영진 간부들이 이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 공론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동아일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3일 ‘공보위 광장’을 통해 “대선기간 중 동아일보는 공정성을 훼손했으며 이 때문에 사내외 유례없는 비판을 받았다”며 자사 보도를 점검·비판했다. 반면 이같은 지적에 간부들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공보위와 현격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2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 대선보도, 편집국 시스템 개편 필요성 등을 제기했던 조선일보의 경우 후속논의나 조치 면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들 일각에서는 “한때의 문제제기와 의견 수렴 절차로 일단락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공보위는 ‘공보위 광장’ 발간 전부터 편집국 간부들로부터 “신중히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받았고 발간 이후에는 “지면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전달받았다. 어경택 편집국장은 지면의 편향성 지적에 대해 “노조나 공보위의 문제의식에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 지면은 공정하게 제작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집국장단과 부장단은 “공보위가 불공정 사례로 언급한 내용 중 일부는 그 자체가 한쪽 편에 서서 모종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재단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내부 움직임과 관련 김학준 사장은 신년사에서 “불편부당 시시비비의 전통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연말 기자들이 논조, 조직내 의사소통 문제,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 등의 입장을 방상훈 사장과 편집간부들에게 전달한 이후 별다른 후속 논의가 없는 상태다. 방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가장 변하지 말아야할 원칙은 조선일보가 지켜온 신문 제작의 기본 노선과 철학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저희들의 노선과 논조에 적지 않은 도전이 있지만, 한국 사회의 중심을 지탱해온 저희 신문의 기본 철학을 시류에 맞추는 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사내 활발한 토론과 논쟁,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조선일보의 ‘원칙’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조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편집국 전체로 공론화하지는 못했다. 현재로선 일단락된분위기”라며 “신년사에서 보듯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표출하거나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선에서 변화를 꾀하는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달 27일자 노보에서 “사내의 지위를 막론하고 공통된 바람은 이제 변화 속에서 조직의 활력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매개로 한 활발한 토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동아일보의 경우 간부들의 ‘불편한 심기’ 표출에도 불구, 공보위에서 제기한 내부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국 한 기자는 “이번 ‘공보위 광장’은 대선보도의 편향성을 주로 다루다 보니 데스크와 시각차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나 데스크의 책임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