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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북핵 '우리 목소리' 낼 때다

우리의주장  2003.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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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방북 과정에서 북한의 시인으로 불거진 북한 핵개발 파동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주변정세는 급속히 냉각돼 북한측의 핵시설 재가동 위협과 미국측 2개 전쟁가능 운운 등 북미 모두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접근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핵겨울의 불똥이 여러 분야로 튀어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의 혈맥을 연결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과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착공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들이 속도조절 내지 일단정지 상태에 처해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채 외교력을 총동원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해가고 있으며 북한 역시 감시카메라 제거와 사찰요원 철수 등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아쉬운 점은 북한 핵 파동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국내 언론들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정부 당국의 적절한 대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열렸던 제8차 장관급회담에서 핵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원칙만 세웠을 뿐 국제사회 공조라는 미명하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국내 언론들은 미국의 일방적 대북 중유공급 중단조치가 가져올 파장을 한발 앞서 지적하기 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을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일부 외국 언론들이 미국의 성급한 중유 공급 중단 조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국제원자력 기구의 감시요원을 추방하도록 하는 빌미를 줬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거기다 외국언론들은 차분한 어조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2개 전쟁론이 미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호언장담은 될지언정 현실성이 없으며 도리어 주변국들의 경각심만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한 모습은 국내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최근의 반미 기조는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잘못된 정책에 큰 책임이 있다고 밝히는 것도 역시 당사자인 국내 언론의 몫이었다. 하지만 중앙 일간지들은 월드컵 열기에 휘말려 반미감정의 기폭제가 된 주한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사건을 철저히 외면했던 과오를 지니고 있다. 물론 현재 반미감정은 젊은 세대의 미국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북한 뿐만 아니라 남한에 대해서도 무시하거나 적대적인 방향이라는 인식이 고조되고 민족주의적정서까지 자극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현장인 한반도가 대립과 갈등의 철조망을 걷어 버리고 동북아 중심지로 웅비하는 시점에서 낡은 안보논리가 남북 화해협력의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사문화 되다시피한 정전협정으로 인해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이 차질을 빚었는가 하면 남북한이 임시도로는 물론 통행 합의서까지 만들어놓고 발목 잡히는 현실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북한 핵위기 중재 노력은 미국의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며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 및 안보 동맹을 구축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스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이 중심이 되고, 일본 러시아 중국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새로운 동맹 질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퇴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