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행정수도 명칭과 미국의 대북 쌀지원과 관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보도태도가 상황에 따라 논조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수도 이전’으로 표기하던 용어를 대선 이후 ‘행정수도 이전’으로 바꿨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난 4일자 사설이 과거 논조와는 상반된 내용으로, 미국의 ‘공화당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수도 이전? 행정수도 이전?
선거기간 쟁점으로 부각됐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과 관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표기하다 지난달 12일자부터 ‘수도 이전’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건설이 아니라 서울을 옮기는 천도”라고 주장한 직후였다. 이후 두 신문은 ‘수도이전 따지고 또 따진 뒤에’ ‘수도 이전과 북핵 제대로 따져라’ ‘수도이전 찬반논리 내놓아라’(동아) ‘수도이전 쉬운 일인가’ ‘수도이전 TV토론 반드시 해야’ ‘수도 충청권 이전 밑그림 있나’(조선) 등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대부분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보도한 다른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반면 선거가 끝난 이후 두 신문에서도 용어 사용의 ‘대세’가 행정수도로 바뀌었다.
동아일보의 지난달 25일자 사설 제목은 “‘행정수도’ 투기 막을 대책 뭔가”였다. 26일자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위원장 소개기사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등 공약수립 주도 ‘3선’’으로 보도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제2캠퍼스 설립 발언은 ‘“행정수도에 서울대 제2캠퍼스 설립 검토”’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같은 양상은 조선일보도 비슷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자 노 당선자 정책자문단 관련 기사를 ‘행정수도 이전 등 주도/40대 진보학자 주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임채정 인수위 위원장 발언 역시 ‘“행정수도 이전 충분히 준비할 것”’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26일자 부동산면 27일자 기획특집면에서도 각각 “‘행정수도’ 후보지 직접 가보니…” “‘행정수도 이전 ‘변수’…수도권 신도시개발 어떻게 되나” 등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 노조 공보위는 대선기간 불공정성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 처리 문제를 들며 “본지는 ‘수도’라는 용어를 고집, 사실상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는 결과가 됐다”면서 “공교롭게도 선거 직후 20일자부터는 ‘행정수도’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지원 방침엔 환영
조선일보는 지난 4일자 ‘“대북 식량 지원은 계속”’ 사설에서 미국 국무부의 대북 식량지원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의료품 같은 인도적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부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줄곧 ‘인도적인 대북 식량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고, 또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외교의 오랜 원칙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조는 그러나 군량미 전용 우려 등을 지적하며 투명성을 우선 강조하던 조선일보의 과거 입장과 차이를 드러낸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96년 ‘미국의 대북정책 뭔가’ 사설에서 “북한의 구조적 식량난은 잘못된 농정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적으로 지난해의 수해 탓으로만 돌리는 일방적인 말만 듣고 지원에 급급한 것은 이상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가 미국 공화당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선일보의 지난 4일자 사설은 과거 논조와도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0년 9월 정부의 지원방침과 관련 “설령 우리의 형편이 다소 나아진다 해도 식량지원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협상수단의 하나이지 단순한 선심의 대상일 수 없다. 그것은 평화체제 구축과 정치·군사적 협력 또는 이산문제의 진전과 연계하지 않으면 안 될 마지막 수단의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북 쌀’ 물밑 선심거리 아니다)
96년과 97년에는 군량미 전용 의혹을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우리가 쌀을 주면 북이 군량미로 쓰는데 당신들 같으면 줄 수 있겠느냐고 국제사회에 당당히 말해야”(북에 군량미를 대주다니)하고, “북한이 아무리 폐쇄 독재체제라고 해도 원조식량만은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잘 전달될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순진하거나 의도적”(북 군대로 간 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