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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불씨는 살렸다

동아노조 공보위, 자사 대선보도 문제점 '고해성사'

전관석 기자  2003.01.08 1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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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대한 충성보다 기자 직업윤리 우선돼야”





대선 보도와 관련, 동아일보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노조 공정보도위원회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사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노조 공보위는 지난 3일 발행된 ‘공보위 광장’을 통해 “대선 과정에서 동아의 공정성이 훼손돼 사내외의 유례없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공보위 광장은 작년 4월 이후 처음 발행됐다.

공보위는 “사설과 칼럼에서의 편향성이 지면의 어젠다 세팅에서부터 불공정한 방향타 역할을 했고 여기에 편집과 제목까지 어우러지면서 편향보도라는 큰 그림을 그려냈다”고 지적했다. 또 “고의적 편향, 미필적 고의 내지는 무의식적이거나 기술적 부주의, 사내 기류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편향성에 의한 것 등이 모자이크처럼 총체적으로 엮어지면서 동아일보 지면의 왜곡을 가져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보위는 그 대표적 사례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 처리의 편향성과 여중생 추모 집회 축소를 들었다. 행정수도와 관련해서는 “수도냐 행정수도냐는 용어의 문제로 두 진영이 첨예하게 맞선 사안에서 수도라는 용어를 고집, 사실상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는 결과가 됐다”고 비판했고, 여중생 추모 집회는 “월드컵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고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대사건이었으나 정작 동아일보는 사회면 2단에 간략히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공보위는 지면 비판 외에 ‘기자의 소명을 다시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내부 구성원들간에 치열한 토론과 의사 교환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혹시 직업윤리보다는 직장에 대한 충성논리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그것이 오히려 이 사회에서 동아일보라는 직장의 위상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보위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공보위 보고서를 내는 등 활동을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또 “궁극적으로 ‘건실한 직장인’보다 ‘투철한 직업윤리를 지닌 기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공간 혹은 통로가 되려고 한다”는 활동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공보위의 지적에 어경택 편집국장은 노조위원장과 공보위 간사와의 면담에서 “노조나 공보위의 문제인식에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 지면은 공정하게 제작되고있다”고 밝혔다. 편집국 관련 간부들도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국회까지 옮기는 것을 꼭 행정수도로 표현해야 옳은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촛불시위도 타지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