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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아기' 물음표 없이 흥분만

외국언론 "증거없다" 의혹제기와 대조

박미영 기자  2003.01.08 11: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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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복제인간은 과연 탄생한 것인가, 아니면 인류를 상대로 한 사기극인가.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한 ‘복제인간 탄생’ 기사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확인 없이 단정적으로 보도한 언론에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구랍 28일 대부분의 신문은 1면 머릿기사 등으로 ‘첫 복제인간 태어났다’(국민), ‘복제인간 사상 첫 탄생-재앙인가 축복인가’(대한매일), ‘복제아기 첫 탄생’(세계) 등 복제인간의 탄생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나머지 신문들도 “인간복제 아기 첫 탄생”(동아, 조선) 등 따옴표를 달기는 했으나 1면 머릿기사로 대서특필하며 클로네이드사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중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신문은 이날 3∼6개 면에 걸쳐 ‘인간복제 어떻게 이뤄지나-자신의 체세포 채취 난자에 이식’(국민), ‘복제인간 탄생 의미 과제-또 다른 나 정체성 대혼란’(경향), ‘정자+난자로 아기낳는 자연섭리 깨지나’(조선), ‘인간 존엄성·윤리·종교 뿌리채 흔들’(중앙) 등 인간복제를 기정사실화하며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DNA검사 등 증거자료가 제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인된 연구기관이 아닌 특이한 종교집단이 발표한 내용을 우리 언론이 이같이 대서특필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클로네이드 측의 발표내용을 신중하게 다룬 해외 언론의 보도태도와도 차이를 보인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구랍 27일 ‘종교단체가 인간 복제 주장’이라는 제목으로 “이 단체 대변인이 ‘제왕절개로 복제아기를 출산했다’는 주장만 했을 뿐 관련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보도했고, 아사히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27일 ‘복제 아기 탄생 주장’을 보도하면서 “인간 복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복제인간 첫 탄생’ 기사는 현재 의혹만 무성할 뿐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국 언론은 ‘사기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클로네이드사가 두 명의 복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도 처음의 흥분과는 달리 ‘복제아기 탄생 커지는 의혹’(조선), ‘인간복제 의혹 커져’(중앙), ‘복제아기 사기극 추정이유들’(문화) 등의 기사를 싣고 뒤늦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당초 흥분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말이없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