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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위원 선임 안해 업무차질

KBS이사 선출 등 미뤄.. 정부 총선 의식하는듯

이경숙  2000.11.07 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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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장고인가. 청와대가 대통령 추천 몫의 방송위원 1인을 정하지 않아 방송위원회가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가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 정족수 3분의 1인 3명이 보름 이상 공석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 예정됐던 방송위원회 임시회의가 무산되면서 표절, 출연자 조작 등에 대한 중징계가 연기됐다. 또 30일 임기가 끝나는 KBS 이사 5인의 선임도 방송위원회 보궐위원 선임 이후로 미뤄졌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당초 지난 주중 방송위원 선임을 마무리짓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청와대측은 방송위원 결원 후 30일 이내에만 임명하면 된다며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정권의 오랜 고심은 다음 총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합방송법 제정이 9월 정기국회에서 또 무산될 경우 이번에 선임될 방송위원장이 내년 4월 총선 때 방송업무를 맡게 된다. 게다가 현 방송위원회는 지난 해 초 청와대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한정일 씨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부결시킨 '만만찮은' 전력이 있다. 따라서 가급적 여당에 가깝고 순응적인 인물을 위원장에 앉히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정히 말해 정부의 방송위원장 내정은 위법이다. 방송법에는 방송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위원 중에 호선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또 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명문화했다.



방송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부 유관 언론단체가 최고책임자는 내부에서 호선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의도 열기 전에 '아무개가 위원장이 된다'고 발표된다"며 정해진 법적 절차가 무시되는 기존 관행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 방송위원회는 그간 민주적인 회의 절차를 밟아 왔고 KBS, 방문진 이사도 상당히 객관적으로 선임했다"며 방송위원들의 민주적 호선 절차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방송위원회 노조(위원장 신상근)도 편파적이거나 반개혁적 인물이 내정될 경우 출근저지 운동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 정권의 방송위원장 내정이 과거처럼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방송위원회 노조는 방송위원 직무에 부적합한 인물로 ▷과거 방송, 언론에 해악을 끼친 사람 ▷정치권력의 방송장악 논리를 뒷받침한 학자 ▷시민, 사회운동을 빌미로 입신영달을 꾀한 운동가 ▷국회의원, 당원 등정치권이나관료 출신을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가 한정일 전 종합유선방송위원장을 방송위원장으로 내정했으나 방송노조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측근 세력 일부가 한때 '대안이 없다'며 다시 한 전 위원장을 추천해 25일 방송위원회 노조와 PD연합회(회장 정길화)가 내정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또다시 내기도 했다. 나머지 2인의 대법원 추천 방송위원은 이미 지난 19일께 이흥복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여성학자 오숙희 씨로 내정돼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