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 언론의 보도가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한 정권의 고립·봉쇄에서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북한정권 교체론까지 부시 정권에 주문하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4일 사설을 통해 “북한의 핵확산 도전을 막을 유일한 길은 북한의 정권교체일 수 있다”면서 “이는 핵확산 도전을 해결하고 2200만 북한 주민들의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종식하는 유일한 방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반도전쟁을 염두에 둔 논리나 다름없다.
미국의 양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도 최근호(1월 13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나란히 북한 핵사태를 다루고 “북한이 이라크보다 핵개발에 더욱 근접해 있고 장거리 운반체계도 갖추고 있어 더 위협적이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부시행정부에 보다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며 “현재 논의되는 선택 방안은 더욱 강경한 제재까지 다양하다”며 강경책을 주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외부와의 평화공존이나 대결 중 어느 것을 모색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비이성적인 적국”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정권에 핵무기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없다”며 부시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의 보수 논객 윌리엄 사파이어는 지난달 26일 칼럼을 통해 “주한미군이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인질로 잡히지 않는다면 미국은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북한의 핵 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략적’인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 또 지난달 29일자에는 빅터차 조지 워싱턴대 외교대학원 교수의 기고문을 실어 “북한이 국제 조약을 이미 어긴 상황에서 포용정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포용 불가론’을 폈다. 차 교수는 “94년에는 포용정책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으나 지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일한 ‘온건책’은 고립”이라고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포용과 대화를 거두고 고립과 봉쇄을 택하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미 언론의 최근 강경기류에 대해 문화일보 민병두 워싱턴특파원은 “미 언론 보도는 한국언론을 비롯 각국 외신기자들이 주로 인용하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흐름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보도가 나와야 하는데 최근에는 일방적인 강경책만을 쏟아내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