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기자들의 육아 고민이 솔솔 풀릴까. 보건복지부의 영유아보육법 시행세칙 개정 방침에 따라 이르면 6월부터 상당수 언론사가 보육시설 의무설치대상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또 일부 언론사는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거나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 아이를 키우는 기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올 3월부터 회사 인근 새문안교회(2∼3세)와 종로교회 부설 어린이집(4∼7세)에 사원 자녀들을 위탁하기로 했다. 각각 월 20만원, 15만원 안팎의 육아방 이용료를 회사에서 전액 지원한다. 지난 연말 신청을 한 사원들은 편집국 기자 3명을 포함해 총 6명으로 7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
조선일보 노사는 지난해 이같은 방침에 합의하고 노조와 회사 총무국에서 사원들을 상대로 신청을 받은 뒤 신청자들의 탁아시설 현장 답사를 거쳐 지원자를 최종 확정했다. 육아방 이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이다. 당초 기자직의 업무 여건을 고려해 저녁 9시까지로 시간을 연장하려 했으나 육아방측에서 난색을 표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여성 복지 향상 차원에서 회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상훈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원들의 복지수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려고 힘껏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는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회사 부근의 보육시설에 위탁 보육하는 제도를 처음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도 육아방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판수 인사·총무담당 이사는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해주고 싶은 생각은 많은데 공간이 없어 고심 중”이라며 “회사 여건을 검토해 최상의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김상우 노조위원장은 육아방 설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육아방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해당되며 회사가 육아문제를 해결해 주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사기도 진작시킬 수 있다”며 “연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회사측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방을 운영중인 언론사는 KBS가 유일하다. KBS는 사옥 내에 보육시설을 마련해 2세부터 취학 전 아동 30명을 돌보고 있다. KBS후생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나이별로 3개 반으로 나눠 보육교사 3명과 원장 1명이 관리하고 있다”며 “정원은 35명이지만 교사 한 명당 책임지는 아이들 수가 많아지면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어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어린이집을 설치했던 영남일보는 2001년 초 수탁 아동이 크게 줄어 철수했다.
육아방 설치와 관련, 사별 육아방 운영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언론사간 공동육아방 형태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보경 기자협회 여성특별위원장은 “개별 언론사의 여기자 수는 적지만 여러 언론사를 합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며 “언론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육아방을 설립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직장보육시설 의무설치대상을 현행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르면 6월 새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상당수 언론사가 의무설치대상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위반시 제재 조항이 없어 각사 의지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