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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 한겨레 전격 방문

의견청취 투어 일환…"오해 살 행보" 비판도

전관석 기자  2003.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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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9일 예정에 없이 한겨레를 방문하자 언론계 안팎에서 이를 둘러싼 배경에 초점이 모아졌다. 대통령은 물론 당선자 신분으로 특정언론사를 방문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파격행보였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당일 오후 2시 30분 한겨레에 도착해 사장실에서 한겨레 임직원들과 5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 이날 환담에는 노 당선자 외에 이낙연 대변인이 합석했으며 한겨레에서는 최학래 사장과 정연주 논설주간, 조상기 편집위원장, 고광헌 부국장, 김종구 정치부장, 조영호 전무, 정영무 한겨레21 편집장, 김선주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노 당선자는 환담에 앞서 “김선주 위원 글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며 합석을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당선자는 대화의 대부분을 북핵 문제와 관련한 고민을 전하는데 보냈으며 평양을 두번 다녀온 최 사장과 워싱턴 특파원을 18년동안 지낸 정연주 논설주간이 주로 자문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선자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해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의견청취투어의 일환이었다는 인수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의 한겨레 방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기자들도 꽤 있다. 인수위를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의견청취 투어라고 하지만 시기적으로 한겨레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보이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은 한겨레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집국 기자는 “당선자의 의중과 관계없이 각종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중치 않은 방문이었다”면서 “조언을 구하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환담 자리에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 중 한명이 노 당선자에게 “한겨레만 방문하시면 괜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는 것. 그러자 노 당선자는 “나는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비판은 수용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비판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기계적인 균형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지난 9일 인수위측은 “당선자가 곧 다른 신문사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해설위원들을 만나 북한 핵 문제나 경제 문제 등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을 설명한 뒤 조언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혀 노 당선자가다른 언론사를 방문하게 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