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오피니언 면의 ‘보수 연작’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시론’ ‘아침논단’ 등 외부칼럼에서 보수주의를 잇따라 주제로 올렸다. ‘한국에 보수주의가 있는가’ ‘보수주의자의 눈물’ ‘보수가 혁신할 차례다’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가 대선 이후 흔들리고 있는 보수진영의 정체성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보수 연작’에 대해 편집국 고위간부는 “특별히 ‘보수주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글을 받아보니 다 내용이 좋았고 이를 그대로 게재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10일자 ‘한국에 보수주의는 있는가’ 시론에서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의 핵심은, 보수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급속히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또 그같은 사례 중 하나로 “몇몇 보수신문들도 중대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에서 겉으로는 공정성을 내세우면서도 자사의 이해관계와 사감에 근거한 편파보도의 의혹 앞에 노출됨으로써 정론지의 위상이 크게 균열되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의 글이 보수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 무게를 실었다면 지난 8일자에 실린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보수주의자의 눈물’은 변화된 상황에 대한 비판이 우선했다. 박 교수는 “입장이 다르면 서슴지 않고 ‘종자가 다르다’고 낙인찍는 젊은이들의 모습” “주한미군은 여중생을 치고 범죄를 저지르며 환경이나 오염시키는 귀찮은 존재”라는 인식 등을 거론하며 “우리 공동체의 현실이 너무 거칠어졌다는 점이 보수를 슬프게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6일자 이진우 계명대 교수가 쓴 ‘보수가 혁신할 차례다’라는 글은 “진보세력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변화를 선도한 반면, 보수는 기득권에 눈이 멀어 사회가 이미 변하고 있음을 올바로 읽어내지 못했다”며 “새로운 보수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