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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오프라인 언론과 철학의 빈곤

우리의 주장  2003.01.15 1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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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의 발전 속도가 눈부실 정도다. 급속히 확대된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어느 새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기존 언론매체의 턱 밑까지 다가왔다.

인터넷 매체는 이번 대선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터넷 매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달라 보인다. 인수위는 우선 청와대 기자실의 틀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신문과 방송이 자리를 꽉 잡고 있던 기자실을 없애고 대신 브리핑 공간을 만들어 인터넷 매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정도는 출입기자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구상이 나온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청와대 기자실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기자들이 그동안 감히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권부'의 핵심에서 마음껏 취재 활동을 벌이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황은 제법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인터넷 매체는 젊은 언론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방식도, 행동하는 방식도 기존의 언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기존의 모든 질서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지?"부터 묻고 들어온다. 왜 기자실은 폐쇄적이어야 하는지? 왜 관료들이 기자들을 ‘접대'하는지? 기사를 보는 시각도, 쓰는 방법도 완전히 다르다. ‘기존 기자들'이 보기엔 기사가 안되는 것들도 이들에겐 신선한 이야기 꺼리다.

아마 오마이뉴스 청와대 출입기자의 1신은 “청와대 들어와 보니 이렇더라"는 시시콜콜한 얘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동안 금기시했던 당국자의 세세한 멘트나 엠바고 결정과정이 기사화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새로운 매체를 즐겨 찾는 젊은이들은 이런 류의 기사에 열광한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물론 젊은 언론의 가는 길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젊다는 것은 아무래도 때로 좀 서투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광화문 촛불시위를 제안한 ‘앙마' 김기보씨가 본인의 제안을 제3자의 것인 양 기사를 쓴 일, 그리고 그 기사를 걸러내지 못해 독자들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던 <오마이뉴스>의 해프닝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취재·보도의 기본이 안 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의 서투름보다는 그 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더 유치해 보인다. 인터넷 언론의 촛불시위 보도를 질타하면서 마치 인터넷 언론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사생아'인 것처럼 다루는 것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는 일이다.

인터넷 언론은 아직 역사가 짧은 만큼 때로 서툴다. 하지만 바로 그 서툴고 젊은 언론들이 당돌함과 파격으로 기성 매체의 기자들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제하고 있다. 그 동안 누려온 권력의 단맛을 스스로 뿌리치지 못한 기자들이, 이제 곧 사라지게 될 기자실 부스를 부여잡고 버티는 추한 모습만은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