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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vs 언론

박미영 기자  2003.01.15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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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미확인 추측보도로 국민 혼란”

언 론“브리핑만 받아쓰란 말이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취재경쟁이 계속되면서 인수위측과 기자들간의 신경전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도 않은 사안들이 확정된 정책처럼 연일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시각인 반면 기자들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정상적인 취재과정을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수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각 신문에 주요하게 보도된 인수위 관련 기사 19건 중 실제 인수위에서 검토하거나 논의한 내용은 전무하다. 개인의견 와전 사례가 7건, 선거공약 인용 사례가 4건, 인수위 비검토 사안이 4건, 인수위 권한 외 사안이 2건, 사실무근이 2건이었다는 것. 이 기간 외에 인수위가 해명자료와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반박한 내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논란을 빚은 인수위 관련 기사는 3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의견 와전 사례의 경우 인수위측과 기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지난 3일 대부분 언론이 보도한 ‘재벌 구조조정 본부 해체 검토’ 기사의 경우 김대한 경제2분과 간사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본부 폐지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존폐여부는 별도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과장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해당분과 간사가 ‘구조조정본부의 존속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한 내용을 기사화 한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매일이 4일 보도한 ‘공기업 임원 임기 보장’ 기사도 임채정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에 “큰 과오가 없으면 끝까지 갈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한 발언이 확대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인수위 측의 주장이지만 김상연 대한매일 기자는 “인수위원장이 분명하게 한 발언이었기 때문에 실명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가 3일과 6일 각각 보도한 “정부 조직개편 추진 않겠다”, ‘검찰-재야법조-시민단체 3명씩 인사위 구성/검찰 인사 추천권 추진’기사의 경우도 각각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와 박범계 정무분과 위원의 발언을 토대로 기사화한 것이다.

문화일보가 10일 보도한 ‘공기업 대대적 물갈이 인사’의 경우는 노 당선자의 발언을 토대로 보도한 것이었으나 역시 논란을빚었다. 노 당선자까지 나서 “그런 말을 한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혔지만 박민 문화일보 기자는 “노 당선자가 500여 기관의 성격을 분류하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분류는 하고 인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외에 ‘R&D예산 5조 전면 재평가’(매일경제), ‘부실 증권사 조기퇴출’(경향) 등도 개인의견이 와전된 사례라는 게 인수위측의 주장이다.

특히 ‘인수위 관계자’ 등의 발언으로 보도되는 상당수 기사들은 ‘사실 무근’이라거나 인수위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은 ‘설익은 기사’로 분류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6일과 7일 잇따라 보도한 ‘영수회동 정례화 검토’와 ‘대북정책 야당과 정례 협의’ 기사의 경우 인수위는 “전혀 사실 무근이며, 일체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쓴 최재영 경향신문 기자는 “인수위원으로부터 분명하게 들은 내용이며, 인수위 내부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한매일이 11일 보도한 ‘이공계 유학비 지원 백지화/인수위 재경부에 요청’ 기사도 인수위 측은 “요청 사실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김태균 대한매일 기자는 “관련 부처의 실무자에게 확인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세계일보가 4일 보도한 ‘금감위-금감원 통합추진’ 기사도 인수위에서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게 인수위 측의 주장이지만 류영현 세계일보 기자는 “인수위 관계자에게 들은 내용으로 내부 문건까지 봤다”며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검토하는 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인수위는 ‘노사정 위원장 부총리급 격상’(경향 대한매일 한겨레 등), ‘상속 증여세 부과 포괄주의 도입’(한국경제) 등 노 당선자의 공약 사항을 인수위의 확정된 정책으로 보도하거나 ‘인수위 최성규 의혹조사’(세계), ‘불법 도청의혹 등 현정권 비리 진상규명 방침’ 등 인수위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사안에 대해 정확한 확인 없이 기사화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8일 보도한 ‘수도권 신도시계획 전면 재검토’ 기사에 대해서도 인수위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신행정수도 건설과 연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선우정 조선일보 기자는 “전면 재검토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돼서 해명자료를 냈다고 생각된다”며“인수위와 재경부가 합의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보도와 관련 인수위측과 기자들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기사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인수위는 “개인의견과 인수위의 의제를 구분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기자들은 “개인 의견으로만 볼 수 없고, 브리핑한 내용만 기사화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를 출입하는 한 신문사 기자는 “브리핑한 내용만 공식입장이라고 하는데, 기자가 이에 앞서서 취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부 검토단계에서 기사화되기도 하고 신중할 필요도 있지만 검토하는 것 또한 사실인데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