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는 ‘언론’이 없다. 이낙연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0일 “언론문제는 인수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인수위 분과에도 언론문제를 별도로 논의하는 공식 기구는 없다. 언론과 관련 사회문화분과에서 비상근 자문위원을 일부 위촉한 정도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는 주요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정권 인수조직에서 어떻게 언론문제를 논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문제의 공식화를 꺼리는 이면에는 사안을 먼저 부각시켜 기존 언론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 차원에서 언론개혁을 공식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의 언론사 과징금 철회와 관련한 인수위 조치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보도되자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정부기관 정책집행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춰 볼 수 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언론문제에 대한 논의는 ‘유보’된 상황이다. 대통령 취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언론개혁 과제로 제기되는 사안 외에 정책수립이 필요한 현안도 적지 않다. 일례로 정통부 폐지·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민영미디어렙 신설, 지상파 재전송,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변경 등은 대부분 부처별, 매체별, 지역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들이다. 언론현안과 정책부문에 대한 총괄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처 업무보고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14일 업무보고와 관련 “각 부처가 공약에 대한 의견제시 보다는 적용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한 자료를 받도록 해달라”며 공약 검증에 주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당선자는 대선후보 당시 언론관련 법제 정비, 판매시장 정상화, 방송통신위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비해 언론분야에 관한 인수위의 논의수준은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문화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언론관련 내용은 방송통신위 등 일부 사안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보고 자리에 있었던 한 언론계 인사는 “기본적으로 언론 현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당선자공약 수준에도 못미치는 업무보고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문화분과에서 최근 언론학 교수 등 몇몇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나 현재로선 이들의 역할은 말 그대로 자문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수위에서 언론현안을 파악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외부 방편’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인수위의 현안 정리과정에서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 역시 미지수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언론학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분야는 무엇인지, 필요한 언론관련 조치는 어떤 것인지 파악해 가는 수준인 것 같다”고 인수위 분위기를 전하며 “언론정책에 관한 논의를 총괄하는 기능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