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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흔들리는'원칙'

박미영 기자  2003.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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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일 인수위원 간사단 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힌 임채정 인수위원장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노 당선자가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봤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할 정도로 노 당선자의 질책은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곧바로 경제1분과 이정우 간사를 불러 공정위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직접 감사원에 특감 요청을 지시하는 등 공정위 조치에 대한 강경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 대한 당선자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통한 언론개혁은 쉽지 않겠지만 혼탁한 신문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현 공정거래법만 엄격하게 적용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문고시를 강화해 불공정경쟁행위를 금지하고 신문판매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공약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수위원들 가운데는 아직도 노 당선자의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을 둘러싸고 ‘유감’이라고 밝혔다가 ‘문제삼지 않기로’ 하는 등 혼선을 빚은 것도 이같은 노 당선자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채정 위원장이 지난 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론개혁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당선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노 당선자의 최근 조치를 둘러싸고 ‘언론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법과 원칙에 기초해 ‘공정한 룰’대로 간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새 정부의 언론정책과 연결짓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노 당선자가 생각하는 ‘법과 원칙’이 어떤 언론정책으로 구체화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