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재벌개혁땐 '재계 편들기' 목청

"해고 쉽게" 노동계 반발은 무시

박미영 기자  2003.01.22 11:04:43

기사프린트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갈등을 부추겨온 언론이 노 당선자의 정리해고 관련 발언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지난 17일 주한 미국상의·EU상의 초청 간담회에 이어 18일 KBS 1TV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업이 해고를 할 수 있어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해고를 좀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고 “만약 이 발언이 현행 노동관계법의 정리해고 요건 완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하는 실제상황이 된다면 민주노총과 노무현 정권은 전면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사회 안전망이 허술한 상황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쉽게 이뤄지고 있고, 값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위해 정규직을 내쫓고 있는 비정상적인 해고가 판치고 있는 현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계의 반발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노 당선자 “기업해고 보다 자유롭게”’(동아), “정리해고 요건 완화해야”(중앙) 등 노 당선자의 발언 내용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도 노동계의 반발은 기사 말미에 간단하게 붙여 보도했을 뿐이다. 그나마 ‘비정규직 차별철폐 논란가열’(문화) 등 논란거리로 보도한 기사에서도 노동계의 반발과 함께 노 당선자의 발언을 환영하는 재계의 입장을 함께 다뤄 재벌개혁 등 경제정책과 관련 찬성 입장은 외면한 채 재계의 반발만 부각시켰던 이전 보도태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언론은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검토, 집단소송제 확대 등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을 때 해설기사, 사설, 외국인투자자 좌담까지 마련하며 이를 크게 부각시켰다. 특히 ‘재벌 개혁 강수 총동원…재계 강력 반발’(중앙), ‘재벌개혁 신호탄인가 재계 비상’(조선) 등 “현실을 무시한 규제가 많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입장만 강조하고 이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는 노동계나 시민단체의 주장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일방적으로 재계를 편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 당선자의 이번 ‘노동시장 유연화 발언’과 관련해서도 언론이 재계의 편을 들기는 마찬가지였다.언론은‘불가피한 해고 보다 쉽게’(경향), ‘해고도 재취업도 쉽게’(대한매일), ‘해고 부드럽고 자유롭게’(중앙) 등의 사설을 싣고 “노사문제를 유연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해고를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히는 등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해고 요건을 완화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파장 등 노동계의 반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