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코뼈 부러지고 인대 늘어나고

경찰, 두산중공업 시위 취재기자 폭행

박주선 기자  2003.01.22 00:00:00

기사프린트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의 시위 취재 도중 진압경찰의 폭행으로 사진기자가 코뼈가 부러지고,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경 박종근 중앙일보 사진기자와 한준규 대한매일 사진기자는 종로6가 청계고가도로 아래에서 분신자살한 배달호 씨를 추모하기 위해 상경한 두산중공업 시위대를 취재하던 도중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당시 박종근 기자는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코를 맞아 출혈이 심했으며, 카메라가 완전히 부서졌다. 한준규 기자는 경찰기동대가 갑작스럽게 시위대를 뚫고 지나가면서 방패로 밀치는 바람에 바닥에 쓰러졌다. 한 기자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지나가던 경찰에 왼손을 밟혀 찢겨지고 인대가 늘어나 퉁퉁 부었었다”며 “카메라 가방안에 들어있던 렌즈도 파손됐다”고 말했다. 사고는 시위대가 두산 깃발과 제품을 모아놓고 화형식을 하려던 중 갑자기 경찰기동대가 시위대를 뚫고 들어와 화형식 물품을 탈취하려고 하면서 벌어진 경찰과 시위대간 몸싸움 중 발생했다.

현장에 있었던 강창광 한겨레 사진기자는 “경찰이 진압을 해야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시위대는 싸울 만한 아무런 도구도 갖고 있지 않았는데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고 전했다. 한준규 기자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기자인 줄 몰랐을 리 없었다”고 말했다.

부상 직후 박 기자는 강창광 기자 등의 부축을 받아 인근 이대 동대문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마포 연세병원에서 콧뼈를 세우는 수술을 받았다. 한 기자도 곧바로 같은 병원으로 이동해 응급치료를 받고, 깁스를 했다. 현재 입원 중인 박 기자는 수술 경과가 좋아 이번 주중 퇴원할 예정이다.

한편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중앙일보 노조는 17일 성명을 통해 “이번 기자폭행 사건을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한다”며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와 진상조사, 책임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기자협회와 TV카메라기자협회는 17일 서울 경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석동률 사진기자협회장은 “비단 기자들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다치는 등 과잉진압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반드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 회장은 또 “집회 취재 중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기자협회와 TV카메라기자협회에서 보도완장을 제작해 회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