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간 한나라당 편향 보도 문제점과 편집국의 경직된 운영을 비판하는 이메일이 세계일보 전 직원에게 전달돼 파문이 일고 있다.
편집국 기자중 한명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메일은 지난 14일 오전 유재철 편집국장을 비롯 전체사원에게 전달됐다. 발신자는 퇴직자 명의로 돼있었으나 당일 발송을 위해 급조된 메일주소라는 게 받은 이들의 전언이다. 당일 사옥 승강기에도 이 메일과 같은 내용의 벽보가 부착됐으나 사측에 의해 철거되기도 했다.
이 메일은 “바깥은 지금 온통 변화의 소용돌이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계일보는 제자리다. 구성원들은 일할 의욕을 잃고 있으며 간부들은 타성과 무사안일주의에 젖어있고 젊은 기자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 모든 책임을 편집국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기간동안 국장이 주도한 한나라당에 편향된 지면 구성은 신문의 생명인 공정성을 해치고 세계일보를 한나라당 당보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했다. 편집국 운영과 관련해 “국장은 세계일보 편집국을 어떠한 의미있는 대화도 불가능한 의사소통 단절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편집국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 메일을 받은 편집국 기자들은 의견표현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내용에는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편집국 한 기자는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편향과 조선일보 베끼기 관행으로 인한 기자들의 불만이 높았다”면서 “익명의 이메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들은 있지만 편향성과 대화단절 등 편지에서 지적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메일내용은 경영진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사장실 한 관계자는 “사장도 내용에 대해 알고 있으나 발신자 추적 등의 작업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기간 중 보도의 공정성 부분은 사장도 수차례 지적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유 국장은 본지의 취재요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