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진보’에 대한 규정이 혼란스럽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논란과 관련 조선일보가 일부 의원들을 ‘진보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체질개선, 당권경쟁 등을 다룬 기사에서 소장파 그룹인 ‘국민속으로’ 소속 의원 등을 ‘진보파’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진보·소장파 의원들의 탈당설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일부 진보파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 등이다. 조선일보 홍윤호 정치부장은 지난 16일자 ‘노무현 정치 감상법’ 칼럼에서 정계개편 관측과 관련 “노 당선자 진영이 기대할 수 있는 현존 정치세력으로는 한나라당 내 일부 진보파들만 남게 된다”고 언급했다. 홍 부장은 진보 표기에 대해 “내부 보도방침을 외부에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만 말했다.
다른 신문의 경우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이들을 더러 ‘진보성향 의원들’로 거론하기도 했으며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한겨레 등은 강경개혁파, 개혁성향 의원, 개혁파, 소장파 등으로 규정했다. 한 신문사 정치부장은 “현실적으로 진보, 좌익, 좌파 등의 단어에 담긴 사회적 함의가 다른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을 진보라고 표기하는 것은 성향 분석을 떠나 용어선택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한나라당, 민주당 내 대결구도는 지도부·세대 교체, 시스템 개편 등 정당개혁을 둘러싼 입장 차에서 나타난 것”이라며 “이같은 요구가 남북관계, 경제정책 등 이념·정책 노선 등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 만큼 진보보다는 개혁 등의 표기가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이후 ‘2002 대선을 읽는다’ 시리즈에서는 노무현 당선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김영규 사회당 후보를 한데 묶어 “진보진영이 얻은 득표는 52.9%로 반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9일자 ‘대통령직 인수위원 25명 종합분석’ 기사의 제목은 ‘진보·소장파·학자 일색’이었다. 같은달 2일 ‘대통령후보 공약 평가’ 시리즈에서는 후보 간 정책이념 분석과 관련 ‘현 정부 방침이나 현 상태’를 ‘중도’로 놓고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기도 했다. 사안별로 당선자 성향이나 인수위 면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 성향이 모두 진보로 규정돼온 셈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는 지난 20일자 신문에서 진보라는 말이난립하는 상황을 두고 “문제는 민주노동당 등 ‘진짜’ 진보정당, 진보세력이 엉뚱하게 맞을 유탄”이라며 “조선일보 등 보수세력은 진보를 왜곡하면서 개념을 혼탁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