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적극적 역할 주문…족벌방송 폐해 꾸준히 경계
“기자직을 건다는 심정으로 노조활동에 임하겠습니다. 기자에게 독자를 빼고는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한국일보 7기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10기 노조를 다시 맡게 된 96년 11월 16일 당시 신학림 위원장은 이렇게 취임사를 대신했다. 신 위원장은 이후 12기까지 도합 4년간 노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했다. 지난 17일 제2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겸 제7대 언론노련 위원장에 당선된 신 위원장의 취임 일성에 ‘강단’이 느껴지는 것은 이같은 전력과 무관치 않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개혁’이 또다시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이야말로 개혁 중의 개혁입니다. 언론노조가 언론개혁의 당사자이자 주체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신 위원장은 시급한 언론개혁 과제로 신문시장 정상화를 꼽았다. “족벌신문이나 직간접적으로 재벌의 지원을 받는 수구보수 신문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조선 중앙 동아 등의 독점체제 하에서 다른 신문들은 구조적으로 생존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언론 종사자들의 생존권, 다양한 여론 형성 등 어떤 명분을 부여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행위, 탈법·불법판촉에 대한 규제가 가능한데 정부가 신문사 눈치를 보면서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의 지적은 역대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언론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되 시장을 교란하는 각종 불공정행위와 탈세 등 ‘기업의 영역’에는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김영삼 정부는 원칙 없이 이를 방치했고 김대중 정부는 전자와 후자를 구별할 줄 몰랐습니다.” 신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에 언론자유 보장과 기업 영역에 대한 철저한 규제라는, 언론정책의 원칙을 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사유화 저지와 족벌방송의 폐해 감시도 언론노조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신 위원장은 “정보통신, 뉴미디어 영역이 발달하면서 통신재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을 저지하는 한편 족벌신문 만큼이나 족벌방송의 폐해도꾸준히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기 시대로 접어든 산별체제 강화도 신 위원장이 주력하는 부분이다. 신 위원장은 “산별노조 강화는 언론개혁의 든든한 뿌리”라며 “언론개혁 과제 못지 않게 단위 사업장의 현안 해결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지난 84년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한 이래 87년 한국일보 노조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96~99년 언론노련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