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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한반도 긴장' 과장 심하다

대북 편견·과열 취재경쟁 원인…위기상황 과대포장

김상철 기자  2003.01.29 12: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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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정국과 관련 외신의 시각이 한반도 ‘긴장과 대치’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남측의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위기상황’을 부각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연합사를 방문했을 당시 연합사측의 북한 동향 브리핑 내용을 AP통신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긴급 타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근거는 브리핑 내용 중 “평소 군사경계초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군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기사에는 “통상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미 있는 동향도 아니다”라는 연합사측 설명을 붙였으면서도 이를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지난 18일 노 당선자가 TV토론에서 대선 당시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 AP통신 CNN CBS 등은 “미 행정부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노 당선자가 말했다”며 일제히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정부는 곧바로 “부정확한 인용이며, 당선자의 뜻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AP통신은 다음날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일상화된 북측의 ‘호전적인 논평’도 외신 입장에선 기사거리다. 실제로 일부 외신은 지난 10일자 노동신문 논평에 대해 ‘북한, 미국에 3차대전 비화 경고’ 식으로 보도했다. 논평은 “미국의 제재와 봉쇄에 위축되지 않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게 요지였으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주변 강대국들도 말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3차대전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대목을 부각시켜 보도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주재 미 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외신기자들의 관심은 하나같이 북핵”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예상과 달리 차분한 사회 분위기를 낯설어 하면서도 여전히 보도의 관점은 한반도 긴장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이 촛불시위를 통해 반미 정서에 주목하고 탈북자 인터뷰를 내보내는 것도 결국 ‘긴장 조성용’ 아이템 찾기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양상은 특히 사진 보도에서 잘 드러난다. AP AFP 등 주요 통신사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북한제 스커드 미사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남북한 경비병’ 등 남북 대치 국면을 보여주는 사진을 내보내고 있다.

중앙일보 사진부 최정동 기자는 지난 19일자 칼럼에서 “미국 본사의 요구에 의해‘긴장감 가득한 한반도’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 날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외신기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 기자는 “칼럼을 쓴 이후에도 판문점에서 UN군과 북한군이 대치하는 사진, 군견들이 철조망을 오가는 사진이 외신을 통해 송고됐다”며 “별로 양상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국내주재 외신기자는 이같은 보도태도와 관련 “무엇보다 북에 대한 외신의 시각이 ‘나쁜 국가’ ‘핵 위협이 있는 국가’로 고정돼 있고, 북핵 문제로 인해 10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몰려들면서 취재경쟁이 과열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자는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는 낮고 북에 대한 시각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취재경쟁이 붙다보니 조금이라도 기사가 된다 싶으면 확대 과장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