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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킬레스건은 '종교'

박주선 기자  2003.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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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특정 행사에 특보 발행

‘꽃동네’단독취재하고도 축소보도



국민일보에 종교는 성역인가. 국민일보가 기독교계가 주최한 행사장에 특보를 배포하고 오웅진 신부 내사건에 대해 신구교간 ‘종교전쟁’을 우려, 축소보도를 하는 등 종교 관련 사안에 ‘특수 잣대’를 갖고 있다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9일 ‘2차 평화기도회 특보’를 발행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차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 행사장에 배포했다. 한 장으로 된 특보는 국민일보 제호를 달고 기존 신문 크기대로 발행됐다. 1면에는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 총재의 기도문이 ‘“기도가 나라를 살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고, 2면에는 ‘평화기도회 전국 확산’이라는 실명 기사 등이 게재됐다.

신문이 특정 행사를 위해 특보를 발행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써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노조 국민일보 지부(위원장 김의구)는 지난 21일 ‘특보발행 유감’이라는 성명에서 “통상 호외를 배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시급한 사안이나 전혀 예상치 못한 중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한한다”며 “종합일간지가 특정 행사장에 호외든 특보든 마구 배포하는 것은 해당 행사의 홍보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 내사’건은 국민일보가 2개월여 전에 단독 취재를 하고서도 신구교간 ‘종교갈등’을 우려, 미리 보도하지 못해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국민일보 법조팀은 지난해 11월초 충주지청의 오웅진 신부에 대한 내사 사실을 확인한 이후 12월 꽃동네의 국고보조금과 후원금 일부가 오 신부 친인척 계좌로 빠져나간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포착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검찰의 오 신부 소환일정까지 확보했으나 “우리가 타신문보다 먼저 기사를 쓰면 기독교와 카톨릭의 종교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지난 21일 첫 보도를 오마이뉴스에 빼앗겼다. 이후에도 국민일보는 22일자 대부분 신문들이 이 사건을 사회면 주요 뉴스로 다룬 반면 하루 늦은 23일자에 1단으로 첫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노조 공보위는 지난 23일 즉각 보고서를 내고 “검찰이 이미 내사에 착수한 사건에 대해 보도자체를 통제한 것은 신문으로서 최소한의 사명마저 저버린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기독교와 관련돼 있으면 무조건 봐주고, 타 종교에 대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기사화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기자는 “국민일보가 기독교계를 대변한다고 이해하더라도 종교를 성역시하는 보도 태도는 스스로 종합지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남정식 부국장은 “국민일보는 종교재단에 모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타 신문과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특보 발행은 국민일보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오웅진 신부건은 신구교간 종교전쟁, 꽃동네 후원금 감소 등을 우려해 미리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