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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잘 하라고 캠페인 해야 하나"

KBS·MBC 연중기획 "구태의연"…사회적 아젠더 설정 필요

서정은 기자  2003.01.29 13: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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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올 초부터 연중기획으로 내보내고 있는 캠페인 보도가 지엽적 소재와 식상한 아이템, 계몽주의적 발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통문화 개선’ ‘음주문화 개선’ 등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민 계도식 내용을 탈피하고 사회·정치적 주요 아젠더를 제시하는 기획뉴스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BS ‘9시뉴스’는 지난 1일부터 연중기획 ‘교통문화 바꿉시다’ 캠페인을 통해 운전자 의식, 과속 습관, 갓길 운행, 난폭운전 등을 고발하고 있다. 또 지난 20일부터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짚는 기획보도를 마련, ‘부끄러운 음주 왕국’ ‘40대 사망원인 1위 음주’ ‘사철 음주로 농촌 멍든다’ ‘술잔 돌리기가 폭음 부추긴다’ 등을 차례로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지난 2일부터 연중기획 주제로 ‘정정당당 코리아’를 선정, 생활 주변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캠페인을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10여차례 방송된 ‘정정당당 코리아’는 끼어들기, 유턴차로, 교차로, 전용차선, 신호등, 고속도로 쓰레기 등 교통문제를 연속으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방송사 캠페인 보도는 ‘안전벨트’ ‘건강하게 삽시다’ ‘외국인노동자 시리즈’ 등 사회적 관심과 호응 속에 실질적인 개선과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올해 연중기획으로 선정된 교통문화·음주문화 캠페인은 끼어들기, 과속, 난폭운전, 음주왕국, 술잔 돌리기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구태의연한 내용이 반복되면서 실패한 기획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방송사 보도국 게시판에는 “새마을 운동식의 캠페인성 리포트로 사회가 바뀐다는 발상이 문제” “아예 뉴스를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로 만들어라” “정작 힘있고 필요한 아젠더 설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적 기획과 연구 부족, 국민을 가르치겠다는 발상, 리포트의 품질 저하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KBS 보도국 한 기자는 “시대가 바뀌고 국민의식 수준은 높아지는데 방송사는 여전히 계몽운동식 접근으로 시청자를 어설프게 가르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며 “민감하고 굵직한 정치적 아젠더는 외면한 채 교통, 음주, 흡연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만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MBC 보도국 한 기자도 “사안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기획이 필요한데 정정당당 코리아, 교통문화 개선은 너무 포괄적이고 뻔한 내용”이라며“특정 사안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끝장을 보는 시리즈가 돼야 한다. 소재를 좁혀 날을 세우고 이면을 들춰내 개선책까지 제시하는 전문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KBS 본부는 기존 캠페인을 중단하고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회적 아젠더를 제시하는 기획뉴스를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BS 노조는 “북핵, 경제, 복지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올해 연중기획으로 교통문화 개선이라는 지엽적 문제를 선정한 것은 공영방송 의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