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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갈등 없애자며 출신지 분석 '시시콜콜'

김상철 기자  2003.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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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대통령·호남 총리…영남출신 15명, TK 8명, PK 7명…영남권 21명, 호남권 14명, 서울·경기·인천 12명…



원칙따로 잣대따로 ‘이중행태’ 눈살…자기모순 점검 필요





지역 나누기, 감시인가 조장인가. 언론의 ‘출신지 분석’ 보도태도에 대한 재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편중인사 해소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언론이 이같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스스로 ‘지역적 접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사 부분에 있어서 지역 분석을 전면화하는 경우는 상당부분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분석, 관측기사 등에서 여전히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언론은 인사 편중·인사갈등 해소, 이에 따른 지역주의 극복 등을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또 “변화와 개혁을 갈구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인사”(대한매일) 발탁을 주문하거나 “당파성과 출신지역·연고를 철저히 배제, 능력위주로 인재 기용”(경향)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능력과 도덕성”(세계)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원칙에도 불구, 인수위 구성이나 인사 전망 등에서 언론은 여전히 지역 분석을 주요한 잣대로 들이댔다. 일례로 ‘국세청장으로는 현 손영래 청장 동기로 경남 김해 출신 곽진업 차장과 전남 장성 출신 봉태열 서울청장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경향) ‘경제부총리에는…지난해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했던 한이헌 전 의원이 ‘부산 몫’으로 거론된다’(대한매일) 등 언론은 일상적인 하마평에서도 출신지를 거론했다. ‘○○○는 ○○○와 동일한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안배가 거론될 경우 불리할 수도 있다’ ‘○○○는 무난한 업무처리 능력과 영남배려 차원에서 발탁 가능성도 점쳐진다’는 식이다.

또 대부분의 언론은 고건 총리 지명의 경우 인수위 관계자 말 등을 빌어 ‘영남 대통령에 호남 총리’ 구도를 발탁 근거로 빠짐 없이 제기했다. 언론은 스스로 출신지 배제, 능력 위주 등을 인사원칙으로 강조했으나, 상대적으로 “영남 대통령, 호남 총리는 한국의 오래된 관행”이라는 정치권 발언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자 ‘인수위 참여학자 33명 분석’ 기사에서 “조사대상 교수 및 연구원 가운데 영남 출신은 무려 45%인 15명. TK(대구 경북)가 8명, PK(부산 경남)가 7명”이라며 ‘영남편중’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아울러 지난 9일 인수위 파견 공무원 57명 면면과 “지역별, 학교별 안배는 하지 않았다”는 인수위 입장을 전하면서도 ‘영남권 21명, 호남권 14명, 서울·경기·인천 12명, 충청권 6명, 강원 3명, 제주 1명’이라는 출신지 분석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언론이 정권의 지연 학연에 얽매인 인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정작 일반기사에서는 지역주의나 학연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언론이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