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 MBC PD를 국정원 직원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 국정원의 구시대적인 언론통제 행태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MBC를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 김모씨는 지난 21일 새벽 국정원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던 ‘PD수첩' 임모 PD를 만나 술을 마시던 중 주먹을 휘두르는 폭행을 가했다. 김씨는 이에 앞서 다른 PD에게도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고 국정원에 대한 방송이 나갈 경우 MBC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협박했다.
임 PD는 “김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 ‘내 처지가 곤란하다'며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며 “김씨는 MBC를 민영화시키겠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PD는 “국정원을 언론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MBC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정원측에 △공식 사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으며 국정원측은 MBC에 바로 사과문을 내고 폭행을 가한 김모씨에 대해 응분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일단락됐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와 관련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부당한 로비와 협박으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국정원의 구시대적 언론통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국정원은 언론을 감시·통제하려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해야 하고, 특히 언론사에 대한 기관원 출입제도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MBC ‘PD수첩'은 지난 21일 ‘한국의 권부-음지의 절대권력, 국가정보원' 편에서 국정원의 자금관리, 인사정책, 도청 의혹 등 방송 사상 최초로 국정원의 실태와 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진단했다. 특히 국정원은 개원 이래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에 응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