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동자 고 배달호씨 분신 이후 각 언론이 회사측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 여론화하고 있으나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 조치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인데도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죽음으로 호소해야 겨우 관심을 갖는 언론도 배씨의 죽음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와 발전노조의 파업이 끝난 지난해 3월. 철도청은 철도노조에 62억원에 달하는 손배 및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고 발전노조 역시 각 발전회사로부터 400억원의 가압류 조치를 당했다. 당시 노동계를 중심으로 ‘비인간적인 신 노동탄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으나 이를 보도하고 문제점들을 지적한 언론은 한겨레 정도였다. 한겨레는 지난해 4월 16일과 5월 2일, 27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정부와 회사측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문화도 “파업가족 ‘잔인한 봄’”이라는 현장 기사를 통해 가압류 조치에 허덕이는 조합원들을 묘사했으나 단발에 그쳤다. 다른 언론은 ‘노사갈등 심화’등의 단순보도에 머물렀다.
민주노총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손해배상과 가압류와 관련한 공청회를 갖고 연맹별 손배, 가압류 규모와 사업장 사례를 제시한 지난해 7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민노총이 제시한 100여장 분량의 당시 자료를 보면 39개 사업장에서 1300여억에 이르는 손배소 및 가압류 조치가 단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때에도 일부 언론이 공청회 실시와 규모만을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9월말 국회 산자위에서 한나라당 김충조 의원이 “발전회사들이 5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고도 조합원들을 상대로 428억원의 손배, 가압류 조치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을 했으나 언론은 이마저도 무시했다.
고 배달호씨 분신사망 이후에도 언론은 그에 따른 노사갈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다가 23일 민주노총이 손배소와 가압류 사례를 발표하자 그제서야 ‘손배소-가압류 신종노동탄압’(세계), ‘노조원 상대 손배 가압류 신종 노동탄압 비판일어’(문화), ‘노조상대로 손배 가압류 봇물’(조선) ‘손배 가압류 50여사업장 2000억 급증’(경향)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기사를 보도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노동계에서는 계속 손배소 및 가압류의 비인간성을 지적해왔으나 언론은 이를 외면하다가 배씨의 죽음 이후에나 보도하기 시작했다”면서 “고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만큼 이제라도 언론이 진지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