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음모론 좋아하다'헛발'

살생부 '민주당 내부'지목…직장인 확인되자 축소

전관석 기자  2003.01.29 13:11:13

기사프린트

민주당 의원을 공신에서부터 역적으로 구분해 파문을 낳았던 이른바 ‘살생부’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자 그동안 이 사건을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돌았던 이른바 ‘살생부’가 정치권에 회자되자 이를 보도하기 시작한 언론은 대체로 작성자를 민주당 내부자로 못박아 당내갈등 및 음모론을 확대보도했다.

동아는 사설 ‘살생부로는 큰 정치 안된다’를 통해 “선거 기여도에 따른 등급분류와 함께 비협조세력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을 보면 어느 쪽에서 만들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면서 민주당내 친노그룹을 겨냥했다. 조선도 “친노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의원 분류가 정확한 편이고, 민주당 대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인사가 아니고는 쓸 수 없는 각종 일화 등이 많아 민주당내 인사가 작성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고 문화는 아예 “‘꾼’에 의한 작품”이라고 규정했다. “본격적인 정치 보복의 서막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중앙),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뭔가 음습한 권력암투의 냄새가 난다”(경향) 등 대부분의 언론이 음모론에 초점을 맞췄다.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도 “작성자가 누구인지 지도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언론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치비판글의 일종에 불과하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언론이 “일부 사례를 보면 배후에 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갖게 한다” “내부에서 누가 작성했는지 알고 있다”는 해당 의원이나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그러나 이처럼 살생부 보도를 확대했던 언론은 작성자가 인천 철공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밝혀지자 이 사실은 축소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