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북한의 NPT 탈퇴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 그렇다면 지난 94년 한반도 전쟁위기의 실체는 무엇이었나?"
99년부터 네차례 시리즈를 통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지난 2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다섯번째 장정에 올랐다. 총 14편으로 구성된 ‘2003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북핵 위기, MD, 서해교전, 소파개정, 주한미군 문제 등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26일 방송된 1편 ‘한반도 전쟁위기 1994·2003'은 94년 6월 전쟁위기가 고조될 당시 한국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한미 양국의 ‘일괄타결안'에 대한 국내 보수 언론의 발목잡기, 영변 폭격 등을 고려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정책 결정 과정 등을 심층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93년 11월 한미 양국의 ‘일괄타결안' 발표 직전에 한국 정부가 국내 보수언론의 반대 여론에 영향을 받고 갑자기 협상을 무산시키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특히 94년 1월 미국 정부가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군비증강을 실행에 옮기고 영변 폭격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마쳤으나 당시 김영삼 정부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불평등과 군사적 종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목이었다. 또 북한에 대한 강경 여론에 불을 붙인 94년 3월 박영수 북한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게 된 이면에 북미 대화를 방해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사실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94년 6월 북미간 ‘제네바 합의'로 위기상황은 종식됐으나 “93년 11월 한미양국이 일괄타결안에 합의했다면 94년 위기는 오지 않았다" “북한의 제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미국과 북미간 대화를 시샘한 남한이 협상을 그르쳤다"는 당시 미국무부 협상팀의 평가는 의미심장하다.
94년 한반도 위기의 실체를 추적한 1편을 시작으로 ‘미국의 검은 방패-미사일 디펜스’(2월 2일)와 ‘서해교전과 NLL'(3월 9일)이 ‘한반도의 평화 모색'이라는 화두를 던진다면 ‘소파(SOFA)'(4월 13일)와 ‘카터 정부의 주한미군 철수계획'(3월 30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3월 2일) 등은 한미동맹의 불평등성과 종속성을 재조명한다.또 80년 정두환 정권 시절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자행된 ‘10·27 법난의 진실'(2월 16일), ‘북파공작원-조국은 우리는 버렸다2'(3월 16일) 등 군사정권 시절 인권유린에 대한 진실 규명에도 나선다.
최승호 책임CP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일이고 이 문제는 한미동맹의 틀을 떠나서 생각하기 어렵다"며 “한미관계의 불평등과 군사적 종속성은 심각한 문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한미 관계를 어떻게 조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집중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